우리대학의 문리대에 여학생이 늘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문리대에는 남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을수록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특히 아들에게 문리대 진학을 포기하게끔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취업이 안 되기 때문이란다.

얼마 전 서울대의 이공계대학도 취업이라는 문제로 인하여 이공계의 등록률이 예년에 비해 약간 낮아진 일이 있다. 이에 서울대 이공대 출신의 높으신 양반들이 모여서 “서울대 이공계의 위기=국가 총체적 위기론”을 역설하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산업자원부, 교육인적자원부 등의 관계자들은 지난 달 27일 회의를 열어 최근 나타나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며 그 대안으로 기술인력 병역특례 확대를 모색키로 의견을 모았다.

물론 이공계는 국가 기술력의 기초를 이루는 학문으로 국가 경쟁력 부분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분야로 이러한 대책들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이의를 달 수 없다. 하지만 이공계에 비해서 인문학은 없어도 될 학문이라는 말인가? 우리대학의 문리대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위기는 벌써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공계의 위기와 같은 대책들은 요원하기만 하다.

인문학도들은 대학 4년 동안, 인간세계의 본질을 파헤치는 공부를 한다. 또한 그 흐름의 원동력을 배워 현대사회에 조명함으로써 현재의 문제점을 통찰하여 미래를 전망하는 연습을 한다. 그들은 역사와 사회의 흐름을 꿰뚫을 줄 아는 일종의 전문가로 키워진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사회의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인문학을 위한 기반이 없는 것은 물론, 아예 효용 없는 학문으로 인식하는 한국사회는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이들은 토익을 공부하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전공과는 관련 없는 서적들을 뒤적이며 도서관에서 하루 온 종일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경쟁국으로 삼고자 하는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가까운 중국의 베이징 대학에서도 IT관련 산업에 무게가 집중되는 현상을 걱정하며 인문학적 전통과 중요성에 대해 다시 자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이 또한 인문학적 기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편중된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그리고 한국의 여러 문제 해결에 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수십만의 전문가들이 매년 사장되고 있음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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