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설문조사가 있다. 설문지에 자신의 신상을 적어야 한다. 이름, 소속학과는 물론, 이메일 주소에 개인 연락처까지 적어야 한다. 설문지는 종교 동아리의 선교활동에 쓰인다.

몇몇 종교 동아리의 선교활동은 학내에서 악명이 드높다. 전화연락과 이메일 발송은 예사이고 때로는 전공시간 끝나기를 기다려 강의실 밖에서 기다리기도 한다. “당신들 종교에 나는 관심이 없어요” 라는 의사를 표시해도 ‘한번만 더’ 만나서 ‘좋은 얘기’를 들어보라고 권한다. 까마득한 선배가 웃으며 얘기하는데 매정하게 뿌리치기도 힘들다. 대부분이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지만 종교적인 문제라 쉬쉬하고 있을 뿐이다.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직접 그러한 선교활동을 벌이는 사람들 밖에 없다. 자신을 향한 일상화된 불만들을 듣지 못하는 것인지 못 들은 척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선교활동에서 전도하려는 사람의 의도만큼이나 당사자의 의견이 더 존중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종교동아리에서 종교를 가지지 않은 학생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대부분의 새내기가 위와 같은 일을 당했을 때 맞서기보다 피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활동의 자유가 아니라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다. 도가 지나친 선교활동은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심어주고 학생들에게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종교선택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간섭할 성질도, 강요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따라서 선교활동은 조언의 의미에서 정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한쪽의 일방적인 의도에 의해 진행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게다가 다른 한쪽이 불쾌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이는 더욱 심각하다.

선교활동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상식선 바깥의 선교활동이다. 나의 행동이 얼마나 정당한가를 판단하기 이전에 당사자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냐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당사자가 원치 않는다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이 기본적인 원칙이 몇몇 종교 동아리에 의해 무시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관철시키려 하고 이 과정에서 당연히 지켜야할 기본적인 예절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목적이 수단까지 정당화 시킬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자신이 가진 신념이 옳기 때문에 그 신념을 전파시키기 위한 그 어떤 수단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그리고 수준 낮은 발상이다. 올바른 신념을 올바르게 전달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른 사람의 생각도 나의 그것 만큼만 존중하자. 그것은 1차적인 에티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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