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르륵’ 도서관 앞자리에서 핸드폰 진동이 느껴진다. “여보세요. 응 말해. 알았어. 나중에 봐.” 앞에 앉은 학생은 자기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안 들리는 줄 아는지, 모든 용무를 다 본 뒤에 전화를 끊었다. 도서관에서 휴대폰을 사용한 것이 문제라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 사람이 약속은 잡으면서 장소와 시간을 잡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핸드폰이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퍼진 것은 98년부터인 것 같다. 그 뒤로 핸드폰에 관한 문제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다. 언젠가 한번은 할아버지가 버스에서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학생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폭행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공공장소에서 금연 표시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핸드폰 진동 표시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일까?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지는 트롯트 메들리는 듣는 이마저 민망하게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휴대폰 기술은 발전하여 16화음, 컬러창 휴대폰이 개발되고 있지만 휴대폰 문화는 점차 퇴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아직 문제의식이라도 남아있으니 다행이다.

더 큰 문제는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변해가고 있는 습관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삐삐도 없던 그 때, 우리가 약속을 정하던 것이 기억나는가? “영화관 앞에서 3시에 만나자”며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정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상대방이 늦을 때는 십분이고 이십분이고 기다리던 기억이 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모습을 돌이켜보면 “내일쯤해서 한번 만나자”고 정하는 것이 거의 정형이다. 약속 시간도 장소도 명확하지 않다. 단 언제나 끝에 “다시 전화할께“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약속을 정하는 것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따라 변해가는 우리 모습을 느껴보도록 하자. 약속에 대한 책임은 점차로 희박해져 간다. 약속을 하고도 불안해하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상대방이 나오기 전까지 약속은 불안하기만 하다. 약속 시간 십분 전에도 전화를 해서 취소할 수 있다는 생각을 누구나 별다른 의식없이 갖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놀란 적이 있다.

이렇게 약속에 대한 책임감이 희박해지면서 서로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한번쯤 핸드폰으로 변해가는 우리의 생활상에서 정말 중요한 무엇인가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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