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진정한 IT 강국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 강국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정보화가 기술적인 측면에 비중을 두고 추진되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 중심의 정보화는 진정한 IT강국으로의 발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첫째, 하드웨어를 보유하는 것 자체를 정보화의 핵심으로 보는 인식과 둘째, 조직과 업무의 특성에 대한 고찰없이 자동화하는 것을 정보화로 오인하는 경향 때문이다. 어느 경우든 불필요한 IT투자를 초래할 뿐이지, 부가가치를 산출하거나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로는 연결되지 못한다. 인터넷 활용의 급속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경제적 효과의 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하드웨어 확보에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자되는 현상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안타깝다. 투자될 IT의 활용과 성과를 먼저 생각하는 서구 선진국의 정보화 추진과는 궤를 달리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2000년도에 KAIST와 매킨지 컨설팅이 공동으로 작업한 조사보고서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 보고서 (한국기업을 위한 IT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IT 인프라 수준 (H/W, S/W, Network)에서 100점 만점에 80점인 반면 IT로부터 가치를 이끌어내는 가치창출수준은 60점으로 낮게 평가되었다. 하드웨어에 과잉투자 되었다는 뜻이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전략적 경쟁력에 기여하는 수준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과연 IT투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반문해 보고 싶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IT를 조직의 성과와 경쟁력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기회제공자 (Enabler)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아가 IT를 관리 (Management)의 대상인 자원 (Resource)으로 보고 이에 대한 관리체계 (Management Systems)를 구축하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IT투자에 앞서 그 필요성과 활용 방안, 그리고 그 성과에 대한 평가 방법 등을 고민한다면 하드웨어에 집중되는 불필요한 IT투자는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활용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Henry Lucas가 그의 저서 「The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Productivity Paradox」에서 지적했듯이 IT에 대한 투자는 자칫하면 생산성 향상에 오히려 장애요인이 되기 쉽다. 특히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는 그 만큼의 산출이 추가되지 않으면 오히려 생산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성공적인 IT 활용 기업, 즉 정보화의 효과를 얻어낸 기업들의 공통점은 첫째, IT 투자에 대한 보수적인 결정, 두 번째는 IT 활용방안 및 응용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 그리고 전략과의 연계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 등으로 나타났다. 즉, 투자할 필요가 있는 부문, 투자에 대한 효과가 드러날 수 있는 분야에만 IT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제는 우리도 IT에 대해서 관리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야할 시점이다. 아울러 진정한 정보화의 의미, 진정한 IT 강국의 모습에 대해서 다시 정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IT 투자에서 ‘Nice to have (있으면 좋은)’ 와 ’Should have (반드시 필요한)’의 차이를 가려낼 능력은 있어야 한다. 또한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IT를 확보했다는 것 자체로 정보화를 이루었다는 착각에 빠지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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