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특수성과 인권사이에 서다

최근 군대 내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군대 내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여름 GP(Guard Post, 소초)에서 발생한 ‘김일병 총기난사사건’과 전역 후 보름 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은 노충국씨 사건이었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그 동안 암묵적으로 묵인해왔던 군인의 인권침해, 낙후된 병영 시설 등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내무반은 인권의 사각지대?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국방부는 사병들이 가질 수 있는 불편함을 개선하고, 군대 내에서의 인권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병영문화개선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선진 병영문화 VISION’이라는 주제로 병영문화 개선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위원회에서는 ‘선진 병영문화 VISION’을 ‘인권 존중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병영생활의 총체’로 정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부 실천사항을 제시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병영문화개선을 위해서는 고급간부들의 의식전환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고급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체계를 발전시킬 계획과 각 군에 인권담당 직위를 설치겳楮되?계획, 내무실 분위기를 ‘통제’에서 ‘자율’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국방부는 위와 같은 개선책을 2008년까지 정착시킨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사병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국방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병들의 실질적인 인권보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학 재학중 군대에 입영한 김형준(경제 04)씨는 “훈련보다 더 힘든 것이 내무실 생활이다”며 “선임들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이등병 때는 고개도 들 수가 없었다”며 군 생활의 애로사항에 대해 털어놨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내무실에서의 군기는 전투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필요 이상으로 군기를 잡는 것은 그저 고참이나 상급자들이 조금 더 편해지기 위해서이다”라며 내무반에서의 군기에 대해 비판했다.

군인의 인권, 법으로 보장해야

군대는 다른 조직과 달리 국가안보와 국토방위라는 특수한 목적을 띤 단체이기 때문에 군대만의 특징과 문화가 형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명분 아래 사병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송기춘 전북대 법과대학 교수는 ‘군 인권 개선을 위한 긴급 정책 토론회’에서 “군대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한 조직이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며 “군대가 그 고유한 부분을 제외하고 유난히 다른 모습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군인들의 인권보장을 주장했다.

또한 군인의 인권보장을 주장하는 학자나 시민단체들은 군인들의 인권에 대한 명문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철학 천주교인권위 군의문사대책위원장은 “군인의 권리를 목록화하고, 이를 법률로써 규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그는 “현행 군 인사법에는 부사관,준사관,장교의 권리와 복지에 대한 조항은 있어도 군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병들이 누려야 할 안전하게 복무할 권리, 공식적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권리, 전문적인 정신 상담을 청구할 권리, 적절한 병과 배치를 청구할 권리, 근무지 재배치를 청구할 권리 등의 포함된 조항은 찾기 힘들다”며 사병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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