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현대문명의 대표적 상징물중 하나이다. 19세기말 처음 자동차가 길 위를 달릴 때만 해도 극히 제한적인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 차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흔히 볼 수 있는 일상품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자동차는 복잡한 현대생활 속에서 탁월한 이동성을 바탕으로 편리한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승용차는 사회의 발달과 함께 사생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동 중에도 개인의 독립된 공간을 보장해주는 운송수단으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승용차를 타면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누리며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인체공학의 발달로 인해 더욱 안락해지고 무선통신기술을 도입하여 더욱 편리해진 세련된 디자인의 신차가 발표될 때마다 사회의 모든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자동차는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이롭지만은 않은 존재이다. 하이브리드카,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차 등의 개발에 힘입어 이런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나, 바퀴를 달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본질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자동차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주행 시 바퀴의 마찰로 발생하는 소음과 미세먼지, 도로의 건설로 인해 파괴되는 생태계, 부족한 주차장, 교통사고, 교통 혼잡 등과 같은 환경 및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은 차가 존재하는 한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다. 또한 자동차는 운전자와 운전자, 보행자와 운전자 사이에 갈등을 초래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경관을 해친다. 차가 없다면 이런 문제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차 없이도 살 수 있을까? 차가 없다면 우리가 당면할 문제는 자명하다. 걸어서 어떻게 직장과 학교에 가고, 쇼핑 후 무거운 물건은 어떻게 운반하나 걱정이 앞선다.

몇몇 도시학자들은 모든 활동을 걸어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시를 자족적인 작은 공간단위로 나누어서 재구성하자고 주장하기도 하나 공공기관, 종합병원, 대학, 박물관, 음악관, 백화점 등 일정규모이상이 되어야 제 역할을 하는 시설들까지 작은 규모로 나눌 수 없으므로 실현성이 낮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은 버스, 전차, 지하철 등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에서 찾을 수 있다. 걸어서 수행하기 힘든 활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대중교통수단을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승용차와 대체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이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 만한 사건들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다름이 아니라 시청 앞 잔디광장, 남대문광장, 청계천 등이다. 이 사업들의 공통점은 차가 차지했던 공간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 차를 포기하면 제2, 제3의 청계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차가 없다고 하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거기서부터 차 없는 서울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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