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요즘 밖을 돌아다니기가 무섭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들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성추행 사건부터 연쇄적인 성폭력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요즘 우리 사회는 ‘성폭력의 천국’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흔히 성폭력을 강간’ 수준으로 범위를 좁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성폭력이란 ‘개인의 자유로운 성적 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로 상대방 의사에 반해 가하는 성적행위로서 모든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증가하고 있는 성폭력 범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담현황을 보면 성폭력 상담건수가 1994년 1356건에서 2002년 2961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밝히기가 어려워 상담을 요청하지 못한 건수를 고려하면 이는 전체 성폭력 범죄의 일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서로 아는 관계가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이러한 관계는 지속적인 성폭력을 유발하기 쉬우며 성폭력을 당했더라도 피해자가 고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모르는 경우에 고소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성폭력도 등장했는데 이는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성폭력이 대표적이다. ‘사이버 명예 훼손 성폭력 상담센터’에 따르면 성폭력 상담이 2004년 322건에서 2005년 889건으로 증가했다. 채팅, 전자우편,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 메신저 등에서 그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아동성폭력 역시 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장기의 성폭력 경험은 성인보다 심리적 상처를 더 크게 남긴다는 점에서 근절되어야 하는 부문이다.문제는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유형에 상관없이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한 적이 없다’는 반응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피해자가 장애인인 경우, 전문 상담원의 부족으로 피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실효성 있는 제도보완 필요

지난 15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포함한 관련 단체들은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성폭력 특별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 토론회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현행 성폭력 특별법 8조의 ‘항거불능’이란 부분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 없이 그대로 적용되어 오히려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등 면죄부를 준다”고 말했다.

또 성폭력 수사과정에서 비디오를 사용하는 신문규정이 의무조항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피해자를 가해자와 대면케 하는 2차 충격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토론회에서는 친고죄를 폐지하고 양형기준을 강화하며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등의 보완책을 내놓기도 했다.

신의진 연세대 교수는 “성폭력 가해자를 강력하게 제재하는 것 역시 성폭력 방지의 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해자만을 처벌하는 대책의 남발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라고 언급하며 “정부 및 의원들이 전시성 대책을 내놓아 정책이 항상 겉돈다. 그동안 성폭력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성범죄는 이전부터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최근의 여러 사건으로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관심이 분위기에 편승하는 일회성 정책보완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회복지법인 은성원의 박지영 사무국장은 “성폭력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것의 근본원인을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남성들은 성욕을 올바르게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참고 있던 성욕이 갑자기 터지는 것”이라며 “어릴때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성폭력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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