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중간고사 기간이다. 학생들을 본격적인 시험공부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동시에 과목별로 넘쳐나는 보고서들은 시험과 함께 또 다른 복병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보고서를 쓸 때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보고서를 그냥 인용해 제출하기도 한다. 표절에 관한 인식이 명확하게 각인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표절이란 남의 작품 등을 허락 없이 몰래 쓰는 것으로 이는 타인의 ‘저작권’을 엄연히 침해하는 행위이다.

카피레프트 개념의 등장

저작권을 의미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란,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대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를 말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즉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정착되면서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보호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보공유연대의 남희섭 대표는 “1980년대에 갑작스럽게 수용되었던 저작권법이 근래에는 산업보호법의 성격을 띠며 권리보호에 무게를 두고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카피레프트’라는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카피레프트(copyleft)라는 말은 미국의 컴퓨터 학자 리처드 스톨먼(Richard Stallman)이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 이하 FSF)’을 설립하면서 1984년 무렵부터 쓰기 시작했다. 재산권을 중시하는 카피라이트에 비해 정보를 사용하는 사람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카피레프트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공유와 자유로운 복제 및 사용을 통한 정보화 사회의 발전을 주장하는 운동이다.

즉 카피레프트 운동은 인류의 지적 자산인 지식과 정보는 소수에게 독점되어서는 안 되며,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는 지식이 부를 생산하는 근간이 되고 있으므로 지식과 부가 독점되지 않는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 운동은 미국 MS사의 윈도우의 독점에 대항하는 리눅스의 성공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됐는데, 리눅스는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가 공개된 후 카피레프트 운동에 동참한 프로그래머들에 의해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의 충돌

과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카피라이트 옹호자와 카피레프트 지지자 사이의 논쟁은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그 충돌이 잦은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미국의 냅스터와 우리나라의 소리바다 논쟁이 있다. P2P 시스템을 기반으로 파일을 공유하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들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소송을 당했다. 창작물을 상품으로 만들어 복제 및 배포할 권리는 창작자에게만 부여된 권리라는 측면에서다.

하지만 카피레프트 운동을 지지하는 많은 네티즌들은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P2P 시스템은 파일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한 네티즌은 “P2P를 이용한 파일교환이 불법이라면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한 파일교환 역시 불법”이라며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한 파일공유를 적발하기 위해 이용자를 모니터링하게 되면 이는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포털사이트에 개재된 정보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개재된 정보의 생산자는 네티즌이지만 오히려 포털사이트에서 그 정보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독점권을 유지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회에 환원토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최근 포털사이트의 저작권 행사 등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억제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저작권이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어떤 관계를 맺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저작권법에 대한 논쟁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최근 저작권법에 대한 개정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정보공유연대의 남희섭 대표는 “최근의 저작권법 재개정 논의는 이용자와 저작자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비록 저작권법에 ‘이용자’를 논의의 당사자로 격상시켰다는 점은 박수를 받을 만 하지만, 창작자와 이용자의 권리가 만나는 실질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카피레프트를 주장하는 FSF가 한 음반회사가 복지방지 소프트웨어를 이용자의 컴퓨터에 침투시켜서 소비자의 정보응용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의 e-Donkey 등 다른 P2P 서비스 업체 등도 사이트를 폐쇄했고 호주에서도 P2P업체가 소송에서 패소했다. 유럽연합 역시 파일 불법공유를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구글(Google)과 미국 출판협회의 갈등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저작권의 개념 자체를 다시 정립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고 과학계에서도 자유로운 학술정보 유통의 움직임이 ‘오픈 액세스(정보공유)’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캐나다의 경우는 P2P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최성우 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은 “저작권과 카피레프트는 항상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작권법 역시 공익적인 목적이나 일정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카피레프트 역시 남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태도는 커다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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