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따스한 4월 중순의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하라!’는 조끼를 두른 채 돗자리에 누워 단식투쟁을 하고 있었다. 일곱 살 장애아의 아버지인 박성희씨는 18일째 단식농성 중이었다.

박씨는 “특수교육진흥법 제정된 지 30년 동안 많은 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갔다. 지원법제정을 통해 미래의 장애인을 위한 평등한 교육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단식농성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교육부의 법안 제출과 국회의 발의의 그날까지 단식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작지만 강하게 말했다.

이번 단식농성을 지켜보면서, 장애인들의 부모까지도 단식투쟁을 해야만 하는 우리사회의 상황을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의 특수교육진흥법아래에서 장애아를 가진 학부모들은 강남에 학원을 보내는 일반 부모들처럼 엄청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공교육기관에서 할 수 없는 장애치료, 언어치료 등을 받지 않으면 학교생활과 학업 성취에 큰 차이가 생겨 어쩔 수 없이 많은 돈을 사교육비에 쓴다고 한다. 또 많지도 않는 특수학급을 찾아 2시간씩 통학하는 일은 장애인 학부모의 일상이 된지 오래이다.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학부모가 장애인교육진흥법 제정을 위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 가족에게 두 가지 큰 슬픔을 주는 일이다. 자식은 몸이 불편한 채 힘들게 교육을 받아야 하고, 부모는 자식의 뒷바라지에 단식농성까지 나서고 있는 이러한 현실 말이다.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우리사회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시위자가 그들의 요구를 받아줄 대상에게 단식이라는 투쟁방식을 쓴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법과 제도 앞에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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