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 갈등의 해결 방안

전국의 대학가가 뒤숭숭하다. 흔히 3월 새 학기 개강과 함께 시작되어 중간고사 기간 즈음에 사라져 일명 ‘개나리 투쟁’이라고 불리던 등록금 인상반대 운동이 올해는 5월이 되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동시에 삭발, 단식 등 학생들의 의사표현 방법 역시 어느 때보다 격렬해지고 있다.

또 올해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온 대학간 통폐합의 후유증으로 각 대학이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달 고려대에서는 학생들이 교수를 감금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이에 고려대 측은 주도 학생에게 ‘출교’라는 유례없는 징계를 내려 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등록금 투쟁, 도대체 왜?

연세대는 올해 처음 등록금이 두 자리 숫자인 12%가 인상되었으며 사립대들의 평균 인상폭은 약 10%대에 가깝다. 이렇게 계속되는 등록금 인상으로 1년 등록금 1천만 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이에 연세대와 전남대 총학생회는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고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천막농성에 삭발까지 불사하고 있다. 각 대학별 시위와 함께 학생들의 단체 행동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8일 ‘전국 대학생 행동의 날’ 행사에서 많은 학생들은 “시장의 논리를 교육에 접목시키지 말라”며 한 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되는 ‘등록금 인상’만이 아니다.

각 대학에서는 사립대의 운영 책임은 전적으로 재단의 문제라며 등록금 책정 과정에 학생들을 참여시키지 않는다. 반면 학생들은 대학 구성원의 하나로써 대학정책결정 과정에 학생도 참여시키라고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이렇게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는 서로 갈등의 골을 깊게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교육부는 등록금은 대학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학내갈등

- 대학 통폐합 후유증

고려대 사태는 단순한 총학생회 투표권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고려대와 고려대 병설 보건대의 통합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이다. 고려대뿐만 아니라 부산대도 심각한 학내갈등을 겪고 있다. 부산대와 밀양대가 통합되면서 옛 밀양대의 재학생들에게는 부산대의 졸업장을 줄 수 없다고 해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인하대의 경우 유사학과 통폐합 과정과 관련해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인하대 총학생회의 관계자는 “교육부 특성화사업을 지원받기 위해 학과를 신설했다가 다시 통합하는 등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문제와는 또 다른 새로운 학내갈등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 대학의 공통적인 문제는 대부분 통합의 과정에서 일부 당사자만이 불이익을 받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학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팀의 박창원씨는 “학적이나 투표권 문제 등은 대학이 학칙으로 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간섭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그러나 학적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면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발전협의회 등의 의사소통기제 마련해야

이렇게 학내에서 갈등이 깊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바로 구성원간의 대화부족, 신뢰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인하대 김주연 부총학생회장은 “필요에 의한 구조조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교측이 학생들과 논의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구성원간 불신이 싹튼 지 오래되었고, 이러한 구성원의 대화의 장인 ‘대학발전협의회’ 같은 기구 역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학발전협의회는 교수, 교직원, 학생대표가 모여 중요사안을 논의하는 기구로써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제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대학의 민주적 운영방식의 효시로 여겨진다.

최근 경희대는 지난 1월 등록금 책정 시 학생대표가 빠졌다는 학생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등록금 인상여부에 관한 논의를 다시 하기로 밝혔다.

대학측이 학생과 함께 등록금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양자간의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경남대도 다른 대학처럼 등록금 인상안을 놓고 진통을 겪었지만 대학발전협의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의견조율로 6.4%의 인상안을 결정하기도 했다. 한양대 역시 회계문제 및 학생식당과 관련된 갈등을 대학발전협의회의 개최로 해결했다.

이러한 사례는 학내갈등 해결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김준영 성균관대 기획처장은 “대학 개혁은 필연적인 것이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구성원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이에 구성원들의 합의를 꾸준히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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