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이란, 개인과 개인이 모여 여론을 형성하고 다양성을 나누는 하나의 문화공간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고라’는 도시중심에 토론장과 시장을 겸한 시민들의 생활터전 중 하나이다.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유로운 토론을 펼쳤고, ‘아고라’와 같은 광장은 자유로움의 다른 한 표현인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02년 월드컵을 통해 광장의 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국민들이 단결한 모습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뿐만 아니라, 미군 장갑차사건과 노무현 대통령 의 탄핵사태 등에서도 광장은 촛불 시위의 장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대학마다 ‘~터’라는 고유의 장소가 있으며, 이 공간은 대학 문화의 중심공간으로 그리고 자유로움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이런 광장이 대학 내에서 점점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광장은 학생들의 의사소통의 장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사회가 개혁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집회를 열었던 공간으로 그 시대에 가장 필요했던 의사소통의 장이었다. 또한 대동제와 같은 축제를 위해 학생들이 모여 각종 공연을 하거나 행사를 즐길 때에도 광장이라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로 인해 학생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다.

광장에 모인 학생들이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그것이 대학문화의 한 축이 된 것이다. 반면, 개인의 주체적인 의식이 없이 다수의 생각에 무작정 따라가는 군중심리가 작용하지 않느냐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이는 광장에서 형성되는 문화의 극히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우리는 광장이 다양한 대학문화가 형성되고 분화·발전된 곳이라는 것에서 광장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대학의 광장

근 10년 사이, 사회가 변한 만큼 문화도 달라졌다. 학생들은 개별화·소집단화에 익숙해졌다. 문제는 그러한 개개인 혹은 소집단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속해있는 소집단 안에서의 유대성만을 강조하면서 그대로 고착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것을 옳은 변화라고 할 수 있을까? 해방터와 자주터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많이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농성했던 집회의 장소인 우리대학 내의 광장들이 기억 속에서 잊혀져 점점 그 자리마저 잃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과 사고방식이 개인주의에 젖어있는 현 시대의 학생들은 대학 내에 광장이 왜 존재해야하는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기성문화에 대항하는 공간으로서의 광장

광장은 대학문화의 상징이다. 기성세대는 감히 생각지 못했던 사회의 개혁을 생각해내고 탄생시킨 것이 바로 대학생이고, 그것은 모두 광장에서 이루어진 결과인 것이다. 틈만 나면 자기만의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지금의 우리 학생들에게 광장은 어떤 의미일까? 정말 이대로 퇴색돼도 괜찮을 만한 아무 의미 없는 공간일까? 과거, 한 공간 안에서 환호하고 몸을 부대끼면서 기성세대와는 반하는 자기들만의 문화를 구축했던 대학생. 그들로 인해 지금의 사회는 예전에 비해 좀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학생만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정신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할 때, 그들은 기성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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