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다. ‘제비’와 ‘돈 많은 사모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교춤은 사람들의 사고가 개방되고 놀이 문화가 다양해짐에 따라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다.

또한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문제아로 취급되며 “바닥 쓸려고 태어났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B-Boy(Breaking Boy)들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마이너리티로 취급받던 B-Boy문화가 이제는 춤 문화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몇 가지 동작으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이 춤이, 현대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자율적 개입’과 ‘생산의 창조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댄스와 발레를 결합한 비(非)언어극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연출한 문주철씨는 “몸을 표현 도구로 사용하는 B-Boying은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를 넘어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사회현상들을 보면서 우리는 춤이 하나의 커다란 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누구나 즐긴다, 이제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춤

근래 몇 년 사이, 춤을 배울 수 있는 시설이 부쩍 늘었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G학원의 한 관계자는 “춤은 이제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갖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취미생활이나 건강증진을 위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는 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의 힙합댄스동아리 ‘RAH’나 라틴댄스동아리 ‘라티노’에도 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학생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홍익대 인근 지역은 ‘클럽 데이’(Club Day), ‘클러버’(Clubber) 등 대중문화의 새로운 코드를 양산시킨 메카다. 클럽댄스는 일반 나이트클럽이 아닌 홍대클럽이나 유럽식 바(bar)와 같은 댄스클럽에서 추는 춤들을 장르화한 댄스이다. 한 장의 티켓으로 여러 클럽을 돌아다니며 춤을 출 수 있는 ‘클럽 데이’에는 클럽댄스를 즐기러 온 젊은이들로 가득찬다.

이제 사람들은 ‘남 앞에서 뽐내기 위해’ 혹은 ‘잘 못 추면 창피하니까’ 몇 날 며칠을 밤새서 연습해야만 춤을 출 수 있다는 부담감을 던져버리고 춤을 쉽게 즐기고 있다. 이렇게 춤은 사람들에게 간단하고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보편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스트리트 댄스(Street Dance)가 스테이지 댄스(Stage Dance)로 되기까지
“발레리나 소녀와 비보이 소년이 만나 미묘한 감정적 대립을 음악과 춤으로 보여주고, 그 후 사랑에 빠진 소년과 소년이 힙합과 발레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앙상블을 선보인다”는 내용의 비(非)언어극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클래식 전통문화만이 문화예술로서 무대를 장악하던 오랜 세월의 금기를 깨고 대중들의 행위를 예술적 가치로 평가받게 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발레리나가 스트리트 댄스를 접한 후 문화적 충격을 받아 B-Boy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며 전통과 현대의 춤이 만나서 충돌을 겪은 후 화합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몸과 몸이 서로 얽히고 얽혀 꾸밈없는 모습으로 세대간, 계층간 갈등의 폭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언어가 아닌 몸짓인 춤에 사회적 현상을 뚜렷하게 반영시키고 춤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춤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사람들은 춤을 통해 개인적 욕구를 실현하기도 하지만 춤은 한 사회를 반영하기도 한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춤은 인류의 역사가 끝나는 순간까지 어떤 형태, 어떤 의미로든 인간과 공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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