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3일 명동성당은 성당 내의 모의 감옥을 강제 철거했다. 모의 감옥은 그동안 국가보안법 철폐와 정치수배 해제 등을 요구하는 사회단체 회원들의 ‘1일 감옥 체험’ 장소로 이용돼 왔다.

모의감옥 강제 철거는 12월에 명동성당 측에서 사전동의가 없는 집회를 봉쇄해달라면서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의 연장선상에 있다. 성당 측은 “한국 천주교회의 제1성지인 명동성당은 수년동안 각 이익집단의 농성장으로 몸살을 앓아왔으며 특히 지난 한국통신 노조의 천막농성은 성지에 너무도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한통노조의 농성에 대해 천주교 포털사이트 ‘굿뉴스(www.catho
lic.or.kr)’ 자유게시판은 파업이 끝난 현재까지도 한통노조측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사이트의 게시판에도 천주교 신자들의 항의가 쇄도했다.

항의의 주된 내용은 민중가요에 의한 미사 방해는 기본이고 곳곳에 쌓인 쓰레기들, 명동성당의 대부분의 공터를 메워버린 비닐천막들에 대한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한통노조의 농성 사수대들은 신도들의 통행도 엄격하게 통제하여 신도들로 하여금 주객전도를 실감케한다며 항의 글을 끊임없이 올리게 만들었다. 신도들은 성당의 결단을 원한다고 끝을 맺곤 하였다. 결국 명동성당은 경찰에게 보호요청을 하였다.

이러한 명동성당의 조처에 많은 인권단체와 노조들이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명동성당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민주화의 성지인 명동성당의 역할을 잊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얼마 전에 있었던 모의감옥철거만 보더라도 명동성당 측에서 집회 동의를 구할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집회에 동의할 지가 의문이라 한다.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명동성당 마저 그들에게 외면하는 것은 명동성당내의 보수 성향의 흐름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에 명당성당의 백남용 주임신부는 인권단체와 노조가 그들의 생존권을 요구함에 있어서 명동성당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무리 올바른 목적을 위한다 하더라도 방법이 정당하지 못하면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집회나 농성의 주체들은 성당 측에서 불편을 호소하며 나가 줄 것을 요구하면 “당신네 거요?”라며 오히려 화를 낸다고 한다. 때문에 성당은 경찰에 보호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백신부는 시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에 와서까지 극단적인 시위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시위에 동의해 줄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기준은 밝힐 수 없다. 하지만 정당과 같은 정치적인 모임에 대해서는 일체 불허할 방침이며, 목적뿐만 아니라 그 시기와 강도에 대해서도 조율을 통해서 허가할 방침”이라 한다.

지난 1일에는 3·1 집회를 마친 노동자, 학생들이 명동성당에서 정리집회를 가지려 하였으나 전경들이 명동성당 진입을 사전 봉쇄한 일이 있었다. 명동성당의 보호요청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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