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 집으로 오는 길에서 길가의 목로주점에 들렸다. 목로주점의 즐거움은 적은 양의 술과 가까운 사람과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면 우연한 인연으로 인해 주점에서 만난 사람과의 유쾌한 대화이다.

이 날의 인연은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과의 대화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 본 그 동네아저씨는 멋지게 콧수염을 달고 있었다. 철학자적인 인상과 생각을 가지고 있던 아저씨와의 처음 대화는 상당히 유쾌했다. 강의실 밖에서 명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술이 과하면 술이 사람을 먹는다고 했던가. 철학가의 정력적인 강의는 울분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아저씨 : “지금 우리 시대가 이 모양인 것은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그러나 최고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는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이미 늦었다고 하지만 최고의 지성이라는 당신네들의 관심사는 온통 어떻게 하면 여자 꼬실까 그것밖에 없지 않나요”

우리 : “대학은 이미 최고의 학력이 아닙니다. 예전과 같은 상아탑만도 아니고요” “이화여대의 조한혜정 교수는 우리 시대의 기성 세대들은 모두 아저씨와 같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의 모양은 아저씨 세대의 잘못도 우리 세대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이미 늦었다고 포기해버리고 우리 세대를 일방적으로 욕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요”

그 뒤에는 동네아저씨가 너무나 만취해 있어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목로주점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해야 했다. 당시에는 아저씨의 태도가 너무나 무례하여 대화 내용을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길 아저씨 세대에게 있어서 우리는 최고의 학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었다. 모든 대학생들의 관심이 연애라는 아저씨의 말은 잘못되었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일까. 이미 우리는 대학이 더 이상 상아탑이 아니라고 인정해 버리고 말았는데.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자신들이 만든 지금의 사회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세대들은 어떠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사회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질만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 우리 세대의 콤플렉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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