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학교 주변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느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교문 좌측에 있던 커다란 교회가 사라진 후 나타난 빈 터였다. 2년여 동안 보아왔던 건물이 사라져 조금의 허전함이 있었지만 그 느낌은 곧 내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는 우리 학교 정문이 더 잘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잘 안 보이던 학교 정문이 조금은 더 잘 보이겠구나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입학할 때부터 교통량이 많은 큰 길(?)에서 잘 보이지 않는 학교 정문이 항상 아쉬웠었다. ‘학교 정문이 사람들의 눈에 더 잘 띄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시대인 누구라면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이에 정문을 가로막고 있던 두 큰 건물 중 한 건물이 사라진 것은 많은 시대인들을 기분좋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게 되었다. 후배에게 교회가 있던 자리에 우측의 복합상가와 비슷한 크기의 커다란 건물이, 어쩌면 기존의 교회보다 더 큰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후배의 그 말은 날 쓴웃음짓게 만들었다. ‘후훗 더 나쁘게 되었네’ 해서 말이다.

빈 터에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그리고 나부터도 느끼듯 우리 학교 주변엔 놀만한(?)곳이 썩 많지 않다. 학교 주변의 상가들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하지만 가끔씩 우리는 영세하고 낡은 공간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주변에 보다 쾌적하고 새로운 상가나 문화 공간이 생겨 우리에게 보다 많은 선택기회를 줄 수 있다는 건 나도 환영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 고층의 커다란 건물이 자리잡게 된다면 한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학교의 얼굴이 큰 상가건물 두 개로 가려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그것은 학교 이미지 홍보에 인색한 우리 학교를 더욱 가리는 꼴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터를 학교 홍보에 그리고 우리들의 생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우리들의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시대인 혹은 시대인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보여주고 볼 수 있는 소규모의 야외 공연장이라든가 아니면 예전의 “락카페”(일명 돌다방으로 우측의 복합 상가가 들어서기 전에 존재했던 대리석의 공간. 지금은 많은 부분이 사라지고 일부만이 남아있다)처럼 비어 있더라도 뭔가를 즐길 수 있는 우리 서울시립대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여오규(도시사회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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