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과내 소모임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일 것이다. 처음 새내기 시절이면 “어떤 소모임이나 동아리에 들까?” 하는 고민들은 다 한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게다가 난 욕심이 많아서 술이 있는 곳이라면 만사 오케이였기 때문에 한꺼번에 서너개의 소모임에 들었다. 그 중에서 난 영어 연극반을 손꼽고 싶다.

사실 처음부터 영어 연극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어느 날 14회 정기공연 배우 및 스탭을 모집한다는 영어 연극반 대자보를 보면서 연기라는 걸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자보에 제일 먼저 내 이름을 적었고, 그것이 영어 연극반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런데 연극은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1학년 때 5분 짜리 독백을 하는 장면을 가지고 류영균 교수님과 벌인 1시간 동안의 사투는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난 반역을 일으킨 동료 장군에게 내 왕위를 넘겨주어야 하는 극중 극 장면을 연습 중이었다. 그 때 교수님께서 잠시 연습하는 걸 보러 오셨었는데 나를 시범 케이스로 정하셨는지 그 5분을 위해 1시간을 붙잡고 계셨다.

“대사하고 동작하고 같이 안돼요? 독백하고 움직이고 독백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독백을 하면서 움직이세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1학년 때 공연 마지막 날 공연을 못 올릴 뻔한 일도 생각이 난다. 공연 30분 남기고 피터팬 광대 옷을 입고서 오토바이 타고 학교 밖에 나갔다가 이촌동까지 가버려 공연 20분도 채 안 남은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길에 버려 두고 국철을 타고 가까스로 공연 시작 전에 도착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관객 앞에서 연기할 때의 전율과 감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1년 중 특별한 날, 특별한 시간에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관객들과 2시간 남짓 놀다가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어김없이 눈물이 난다. 그냥 갑자기 가슴이 메어오면서 이대로 관객들과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 새 울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이 느낌이 좋아서 7년째 연극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배우로서가 아닌 연출로서 6번째 공연을 하게 된다. 더구나 이번 공연은 영어 연극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더욱더 뜻 깊은 공연이 될 것 같다. 영어 연극반 화이팅!

유혜민(영어영문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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