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사회 일각의 청소년들 사이에는 인터넷 중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인터넷 중독 때문에 친동생을 끔찍하게 살해하기까지한 중학생의 범죄사실을 전해주기도 한다.

인터넷 안에는 자살사이트, 범죄사이트, 엽기사이트, 포르노사이트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반문화적 사이트들이 많다. 이러한 사이트들이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정신세계에 파고들어, 건전한 사회의 기둥이 되기보다는 일탈된 반항과 엽기적인 대리만족의 희생자로 만족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아직 독립된 가치관과 인생관이 채 정립도 되기 전에 부모의 영향력이 미칠 수 없는 은밀한 공간 침투를 통하여 부정적인 메시지만을 집중적으로 전파하는 일부 사이트들에서 청소년들은 본인들도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서서히 세뇌되어 가기 마련이다.

행동심리학적으로 말하면 학습이요 조건화되는 것이다. 머리속에 담고 다니는 부정적인 메시지들은 당연히 당사자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인터넷 뿐만 아니라 게임과 이동통신에 매달려 사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이 날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언로가 막히고 소외감이 한계에 부닥치면 인간은 필사적으로 그러한 상황에서 탈피하고자 몸부림치게 된다. 좌절과 고통은 손쉽게 인간 심리를 퇴행시키기 마련인 것이다.

환상의 세계는 그러한 퇴행의 과정에서 가장 큰 도피처가 된다. 인터넷을 통한 게임에 미치는 것은 그것이 가장 손쉽게 자신들의 분노와 적개심, 공격성 및 성적 욕구 등을 안전하게 해소시켜주는 장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포르노에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의 경로를 밟는다.

인터넷의 세계는 민감하고 강한 욕구에 사로잡힌 청소년들에게 그야말로 적절한 배출구 역할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기성세대들로서는 도저히 간섭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정서적 해방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모들의 세대가 가르쳐주지 않거나 접근을 가로막는 영역에 대해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거의 무제한적인 충족을 만끽한다.

부처님의 말씀에 같은 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구절이 있다. 문명의 이기 중에서도 가장 혁명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이야말로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우유가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칼도 외과의사의 손에 쥐어진 경우와 강도의 손에 쥐어졌을 때가 서로 다르듯이 최첨단 통신수단도 사용하는 사람의 심리적 건강 정도에 따라 보약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마약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 자체는 그야말로 거의 무한대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최첨단의 혁명적인 이기임에 틀림없다. 다만 역기능적인 측면을 염두에 둔다면 그토록 무자비하게 인간 의식을 마비시키는 부정적 정보의 통제와 조절에도 신기술 개발 못지않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줄 마땅한 사회적 분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우리사회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너무도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병욱 박사

한림대부속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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