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남자가 신사복 차림을 할 때, 와이셔츠 깃 둘레를 감은 후 여분을 앞부분에 늘어뜨리는 가늘고 긴 띠나 끈 모양의 악세서리. 쓸모 있을 때는 집에 들어가서 풀어버릴 때. 구속감에서 벗어난 일말의 해방감을 제공한다.

마음가짐

항상 부드러운 땅을 밟고 싶으면 어떡해야 하는가. 온 세상을 가죽으로 덮어버리면 되는가. 아니다. 자신이 가죽신발을 신으면 되는 것이다.
- 영화 ‘cup’ 중에서

수수께끼

중세의 어떤 문헌에 의하면, ‘행성에 패배하여 사망’이라는 묘한 사인이 발견된다. 9천 5백 35명의 사망자 중 13명이 ‘행성에 패배하여’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 ‘행성에 패배하여’ 죽을 때는 도대체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까?

순수

순수란 일종의 질병이다. 그 병을 잘 이겨내면 생활인이 되는 것이고, 이기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며, 만성이 되어버리면 예술가가 된다.

시위

한쪽 거리를 메운 무리가 있다. 그리고 생활이 있다. 반대편 거리를 메운 무리도 있다. 그리고 생활이 있다. 무리와 무리의 격돌. 같이 선 자의 비명과 스러짐과 머리 속을 앵앵대는 함성과 또 가슴 한 곳에서 치솟는 그 무엇. 의지와 상관 없는 본능의 몸짓들. 상처와 피로 치장한 광기의 군무(群舞). 그들의 위에서 낄낄거리는 형체 없는 거대한 의지. 거리를 가득 메운 마리오네트. 그들은 거리의 밖에서 좋은 친구, 사랑하는 연인, 같은 슬픔을 간직한 동시대인.

아침

간밤의 어둠을 치약과 비누, 샴푸로 긁어내는 시간

자존심

가장 쉬운 일에서만 고집을 꺾지 않는 것. 사과만 하면 간단히 끝날 불화를 지속시키고, 상대방이 연락하기 전에 끝내 전화를 걸지 않으면서까지 지키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일에서는 휴지조각처럼 쉽게 내버리는 것.



1. 눈을 감고 의식 없이 쉬는 상태.

2. 누에는 평생 일곱 번 허물을 벗는다. 허물을 벗고 더 커진 누에는 다음 번 잠을 위해 다시 쉬지 않고 뽕을 먹는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에서 주인공은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칠일간의 잠을 자고 일어나면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잠에서 깰 때마다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가 삶의 삼분의 일을 이 활동으로 보내는 것도 무언가를 깨달으려는 무의식의 의지.

3. 중국의 한 고대 민족은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냈다. 그래서 그들은 꿈과 현실을 구분치 못하고, 꿈이 현실인 줄 알고, 현실이 꿈인 줄 알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깨어있는 시간인가 아니면 잠들어 있는 시간인가.

한민수 기자 idkh5@hanmail.net
허영수 전임기자 hani-1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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