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우리학교에서는 대동제가 열렸다. 대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해 보는 축제라 기대가 많이 되었다. 각 과, 동아리가 모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23일 첫 날을 접고 집에 가려고 정문으로 향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각 단과대 주점에서는 불을 켜고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예술대의 주점은 가장 화려했다. 무대 설치에서부터 정문 길의 조각 장식들까지 너무 아름다웠다. 갑자기 한 여인의 조각상이 내 눈길을 끌었다. 아름다운 자태로 앉아 있는 그 조각상의 다리 부분이 심하게 파손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파편들은 흩어져 있었고, 다리를 잃은 조각상은 매우 초라해 보였다.

마음이 아파옴과 동시에 화가 났다. 축제 기간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준비하고 즐기는 시간인데 학생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작품에 칭찬을 해 주지는 못할망정 파손이라니.... 이 작품을 만든 학생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다음 날 아침 등교하면서 그 조각상을 유심히 살폈다. 파편들은 없어졌지만 파손된 부분은 햇살에 더 심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과에서도 다들 누가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했냐며 분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그런 것이었단다. 알고 나니 더 화가 났다. 명색이 대학생이라는 사람들이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다니. 이런 행동을 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노력이 소중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고, 또한 자신이 한 일이 옳은지 그른지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나아가 책임의식도 없는 사람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해야 할 것과 해야 하지 않을 것을 판단할 줄 아는 사람,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원하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대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이 우리가 한번쯤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인희(국사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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