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 2000)

황혼 무렵 바닷가에서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던 안소니 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영화가 있었다.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위대한 그리스 문학가의 작품인 <그리스인 조르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책보다 먼저 영화 속에서 만났던 ‘조르바’란 인물은 삶에 대한 넘치는 열정을 간직한 누구도 잡을 수 없었던 바람 같은 자유인이었다. 안소니 퀸의 ‘조르바’가 생생하게 각인된 채 나는 책을 보았고 그 속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만났다.

노벨 문학상 후보에 2번이나 오르며 그리스 문학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의 ‘영혼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조르바는 실존인물로 실제로 『그리스인 조르바』란 작품은 조르바에 관련된 그의 연대기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책을 읽어 나가면서 조르바란 인물의 삶에 대한 비상식적인 열정과 호방함, 또 생활에서 우러나는 철학자적인 모습에 매료되었다.
조르바는 우리의 상식을 거부한다. 그는 질그릇을 만들려고 물레를 돌리다가 새끼 손가락이 걸리적거리자 가차없이 도끼로 내리쳐 잘라 버리는 비상식적인 열정의 모습을 보인다.

조르바는 호쾌하고 농탕한 사나이다. 술과 여자를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산투리를 연주하며 흥이 나면 밤새도록 춤을 추며 결혼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공식적으론 한 번이고 비공식적으론 삼천 번 정도 되나,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것 봤냐고 되묻는 호방함을 지녔다.

또한 조르바는 생활 속의 철학자이다. “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을 쌓아 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란 대사 속에서 알 수 있듯이 책상물림인 작가에게 툭툭 건네는 물음 속에는 포장되지 않은 삶의 철학이 녹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책을 읽어 내려 가면서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조르바란 개성적인 인물에 대한 애정 때문일 것이다. 거칠고 단순하며 삶에 대한 열정과 상식에 구애받지 않는 기발함이 만들어 내는 부조화 속의 조화. 규격과 절제, 상식의 테두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조르바의 자유로운 영혼은 갈증 속에 만난 시원한 샘물처럼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나는 에게해로의 탈출을 꿈꾼다. 짙푸른 에게해, 그리스 그리고 크레타 섬. 신비롭고 황량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조르바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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