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무부 교수(경희대 생물학과)를 만나

“저만큼 넓은 연구실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조류학자 윤무부 교수(경희대 생물학과)의 연구실은 전국의 산과 바다와 들판이다.

거제도 장승포 바닷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새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자연에 대한 여러 가지 체험을 했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우리 나라의 새에 대한 자료는 제가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을 겁니다.” 현재까지 새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30여년 동안 조류를 연구해온 윤교수는, 천 개이상의 ENG 테잎과 20만장의 사진, 100여 종의 새소리를 보유하고 있다.

오랜 탐조활동을 해온 윤교수는 환경보호를 내건 환경파괴를 막아보자는 취지로 국내외 방송사에 ‘다큐 촬영 수칙 10계명’을 만들어 보냈다. ‘속이지 말라’, ‘동물의 특성을 알라’, ‘위협적이 되지 말라’ 등의 수칙들은 TV화면에 나오는 새와 새소리가 다르고, 야행성 동물을 대낮에 풀어놓는 행태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만든 것이다.

“새는 우리 생태계에서 환경에 가장 민감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환경평가에는 조류 평가가 꼭 기입되지요.” 윤교수는 서울특별시 환경자문위원, 환경부 국립공원 자문위원장, 서울특별시 한강관리사업소 자문위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논의가 활발한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해 윤교수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포기해야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유기물이 살짝 가라앉아 만들어진 평평한 갯벌은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갯벌은 생물들의 먹이 공급처, 산란장소라는 이야기다. 일부의 사람들은 둑을 세워도 갯벌을 생긴다고 하지만 압력에 의해 모래로 이루어진 경사진 갯벌은, 생태계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고 윤교수는 말한다. 또한 ‘쌀이 무기다’라는 말을 하는 일부의 의견에 대해서도 외국의 쌀값과 비교해 볼 때, 우리 나라의 쌀은 무기가 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

“새만금 간척 사업에는 생태계에 대해 아는 자문위원이 없습니다. 인간은 그저 잠시 왔다 가는 존재입니다. 우리 나라와 같이 땅이 좁은 나라는 조화 있는 개발을 할 수 있는 연구가 활발해져야 합니다.”

윤교수의 연구는 체력과 많은 돈,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연구가 인정받고, 유명 식당에서 무료 식사를 대접받을 정도로 자신이 알려진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우리 나라에서는 후학들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거죠”라며 윤교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 살고 새를 전공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윤교수의 아들은 미국에서 조류학을 전공하고 있고, 딸은 미국에서 통계학을 공부하고 있다. “제 연구에 필요해서 딸이 아버지 도우려고, 통계학을 공부하고 있죠. 아들은 미국 유학가는 것을 많이 말렸어요. 미국 가면 미국새 연구하지 한국새를 연구하지 않으니까요. 자식을 많이 낳을 걸 그랬어요. 그러면 조류학 각각의 분야를 연구할 수 있었을 텐데.”

윤교수의 삶의 철학은 “새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자”이다. 그리고 성실히 일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윤무부 교수는 이 말을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전해달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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