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해” 요즘 각 대학과 통일 관련 단체들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붙어 있는 플랭카드의 문구이다. 6.15 공동선언, 8.15 이산가족 상봉, 비전향장기수의 송환 등 작년의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통일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높아진 시기였다.

그리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해” 2001년 8월이 되었다. 그러나 ‘8.15 민족 통일 대축전’을 둘러싸고 보여진 일련의 행동들은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이산가족이 상봉할 때 이를 감격스럽게 바라보던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방북단 중 일부가 보인 성숙하지 못한 행동, 그것을 침소봉대해서 무슨 국기를 흔드는 큰 일인 양 앞다투어 선정적인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수구언론들, 그에 맞장구라도 치는 듯 저마다 빨갛고 파란 피켓을 들고 편 나누어 공항에 앉아 있다가 결국 몸싸움까지 하고 마는 사람들. 이것이 통일의 문을 여는 해 8월, 우리의 모습이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아하니 남북 화해의 물고가 트이는 듯 하다가 다시 지지부진해지는 것이 대북 강경책을 쓰고 있는 미국의 탓도 수구 보수 세력의 탓도 정부의 지리한 햇볕정책 탓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작년의 많은 표면적 성과들로 우리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았나 싶다. 김포공항에서의 대립전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남한에서조차 아직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구호를 외치는 사람은 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우리가 50여 년이나 다른 사상과 환경 속에서 살았던 북한을 포용할 자세가 과연 되어 있는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모여 사람이 어울려 사는 사회를 이룬다. 또, 하나의 사회는 될 수 있는대로 많은 것이 모이고, 많은 것의 모임을 허용할 때, 그 안에서 사람의 삶이 풍요한 것으로 살찌는 터전이 된다. 이렇듯 다양성은 그 사회의 유지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적대감이 아니라 그것을 포용할 줄 아는 역량을 내부적으로 기른 후, 그래서 우리 남한부터 민족적 동질감이 생긴 후에 우리는 다시 통일을 여는 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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