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Cinema Commune: 영화공동체)’란 과내 영화소모임으로 모인지도 5년째. 직접 우리 손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던 생각들이 언제 이번 한 번 뿐이었을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이, 단지 모였을 뿐이었다. 4월, 우리의 영화제작은 이렇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되었다.

5월. ‘디지털 단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출발을 했다. 팀웍을 다지는 산행을 다녀온 후 시놉시스(synopsis)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열띤 경합 끝에 <지갑을 찾습니다>가 물망에 올랐다.

6월. 어렵게 시놉 선정을 마치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면서 작품의 전체적 색깔이나 구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구성원끼리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떤 학우로부터 <애별리고(愛別離苦)>라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전달되었다.

7월 4일. 우리는 무리일거라는 우려와 함께 두 시나리오를 모두 채택, 두 편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편집에 필요한 하드웨어의 가격이 엄청 비싸며 전문적인 편집능력이 필요하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동영상 편집을 하신다는 과친구의 매형께 매달려 저렴한 비용으로 편집을 의뢰한 것도 모자라 카메라, 테입, 마이크까지 무료로 대여하기로 했다.

7/11∼7/21 : 콘티작업(연출부), 캐스팅, 장소헌팅. 7/23∼8/3 : 기자재 대여, 소품 준비, 장소 확정, 워크샵(카메라테스트, 리허설), 세부내용 점검.
8월 4일 토요일. 돼지머리는 없었지만 조촐하게나마 ‘제작발표회’를 겸한 고사를 지냈다. 꼬깃꼬깃 숨겨둔 학우들의 쌈짓돈도 나왔다.

6일부터 촬영에 들어가 이제 첫 번째 영화를 마치고 이제 두 번째 촬영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출연해 달라고 학우에게 사정하고, 촬영한다고 무작정 도서관 헤집고 다니기도 했다. 밤에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촬영하면서 맨바닥에 앉아 라면도 먹어보고, 갑자기 찾아온 장대비에 장비 챙겨 도망도 다녔다. 밤에 차가 끊겨 길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4월부터 이어온 긴 여행의 끝이 이제 보일 것 같다. 편집이 남았구나. 그럼, 다시 시작인가.

유진원(국어국문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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