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째를 맞은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이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27만이나 되는 관객 동원에 성공해 성황리에 치러졌다고 얘기한다.

행사의 규모도 커졌고 올해부터 독립적인 행사로 분리된 애니메이션영화제가 양질의 작품을 많이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어 이번 SICAF의 큰 수확으로 꼽혔다. 만화의 상품성만 우선시할 뿐 좋은 작품의 국내 보급 수준은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지라 만화팬들에겐 마냥 기쁘고 기다려지는 행사였다.

그런 만큼 보다 치밀한 기획과 세심한 진행에 대한 기대 역시 마땅하다. 게다가 ‘국제’를 표방하는, 모두가 즐겨야 할 ‘축제’ 아니던가. 하지만 큰 기대만큼 실망도 못지 않았다. 시작되기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심야상영작으로 편성됐던 작품 2개가 영진위의 심의에 걸려 상영불가 판정을 받아 상영작에서 갑작스레 제외됐는데, “그 정도는 허용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라는 조직위의 해명은 무책임한 것이었다.

홈페이지 자체도 무성의하고 공지되어야 할 사전정보도 뒤늦게 올라오기 일쑤였다. 또한 상영관의 적은 좌석수로 인해 좌석 확보에 ‘예상치 못했다는’ 문제가 생겨 자유이용권 판매가 갑자기 중단되기도 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나서도 문제가 많았다. 예매가 제대로 되지 않아 관객들을 초조하게 하더니, 현장판매분 입장권 수량은 진행측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허탕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5시간이 넘게 계속되는 심야상영에 입석표를 판매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다. 간의의자를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공지를 했으니 불편은 알아서 감수하라는 얘긴지. “때깔 좋은 인사말의 ‘관람자를 위한 영화제’라는 말에 피가 거꾸로 올라오지...”, 심야상영을 입석으로 관람했던 한 관객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국제’라는 말이 더욱 무색한 것은 조악한 서비스에 더해진 기본정신이 결여된 상영태도였다. 자막 타이밍이 안 맞기도 하고, 아예 나오지 않기도 하는가 하면 어색하게 번역된 표현들도 많았다. ‘오! 나의 여신님’을 상영한 PC통신 ANC(앙끄)회원 상영회에서는 시카프쪽에서 건네준 자막이 너무나 엉망이어서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자막만 다시 제작해서 틀었다고 한다. 게다가 엔딩 크레딧이 채 올라가기도 전에 끝내버리거나 불을 켜버리는 행태는 또 무엇인가.

‘국제’를 표방했으면 그에 걸맞는 행사를 준비해야 마땅하다. 또한 만화를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의 부족을 보며 SICAF를 개최하는 진정한 의의를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만화 산업의 육성과 발전이 먼저가 아니다. 기본적인 만화에 대한 애정과 함께 즐기려는 축제의 마음가짐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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