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사업을 파헤친다

“지금 서해안에서는 새만금이라는 세계 최대의 관(棺)을 짜고 있습니다.”
‘말 못하는 것들의 이름’이라는 최승호 시인이 새만금 사업 반대를 위해 지은 시의 첫 구절이다.

이 시구가 이야기하듯이 전북 앞 바다에 둑을 쌓아 여의도 크기의 140배에 달하는 농지와 담수호를 만드는 새만금 간척 사업은 전라북도 갯벌의 90%를 죽이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1991년 방조제 착공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방조제 공사를 끝마치지 못한 상태이다. 이는 내부개발을 포함한 전체공정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10%를 진행하는데 10년이 걸려 앞으로 남은 90%를 진행하는데 몇 년이 걸릴지 누구도 장담 못하고 있다. 이렇게 무리해서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를 농림수산부는 연간 18만 톤의 쌀 증산과 1천6백만 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지며 3억5천만 톤의 공업 및 농업용수가 확보되고 만경강·동진강유역의 상습수해도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식량 안보 차원에서 쌀 생산량의 증대는 꼭 필요하므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얼마 전 쌀 과잉 공급에 따라 증산 정책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또한, 새만금 사업의 당초 사업비는 방조제, 배수갑문 사업비 7천억 원과 어업보상비 1천2백억 원, 내부개발 4천8백억 원 등 1조3천억 원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6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앞으로 비용 추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감사원은 98년 새만금간척지를 농지 대신 공단으로 조성할 경우 28조원이 소요된다고 밝혀, 쌀 과잉에 따라 공단으로 사용해도 예산 추가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태계 파괴 문제 심각

이러한 경제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더 큰 문제가 남는다. 새만금 지역 갯벌 6천만 평은 하루 10만 톤 처리 규모의 전주하수종말처리장 40개와 맞먹는 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자정능력만으로도 그 보전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더욱이 그 곳에는 동죽, 백합, 농게 등의 저생 동물과 1백58종의 물고기, 3백71종의 저생 규조류 등이 살고 있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그런데 방조제를 쌓으면서 세계적으로 계화도 갯벌에만 있던 둥근물뱀은 이미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으며 물고기 종류도 96년 이후 107종으로 줄었다.

또한 새만금 갯벌은 한국 최고의 도요·물떼새 도래지이며, 매우 중요한 겨울철새 월동지이다. 따라서 새만금 갯벌이 간척사업으로 사라지면 20만 마리가 넘는 도요·물떼새류가 살 수 있는 갯벌은 완전히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새만금 지역에 도래한 철새들의 개체수 크기 및 생태적 특성상 다른 갯벌에 이동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결국에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조류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간척 사업 반대 운동

지난 5월에는 이러한 환경 파괴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이 나섰다. 명동성당에서 출발하여 조계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새만금 생명을 살리기 위한 三步一拜(세 걸음에 절 한 차례) 기도수행’을 한 것이다.

새만금의 규모에 비례해서 이에 대응하는 단체들 또한 대단히 많다. 심지어는 국제 환경 운동단체인 ‘지구의 벗 국제본부’도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 단체의 리카르도 나바로 의장이 방한하여 사업 반대를 위한 정부종합청사 앞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파괴되는 또 다른 자연 환경

정부의 개발 논리에 의해 파괴되는 곳은 비단 새만금 갯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취소 되었지만 동강댐 건설 반대를 위해서 수많은 환경 운동가와 시민들이 노력을 기울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는 동강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였지만 동시에 남한 전역에 12개의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특히 이미 섬진강댐이 건설된 지역에서 불과 3∼4㎞ 떨어진 곳에 건설 예정인 적성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섬진강 시인이라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 건설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섬진강 이야기’라는 산문집의 모든 인세를 환경운동 단체에 바치기로 한 것이다. 김용택씨는 이와 같은 환경운동에 앞장서게 된 계기를 “개발만이 능사라는 식의 정부의 논리는 조만간 인간에게 큰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자연의 파괴는 곧 인간성의 파괴이다. 이러한 사태는 기필코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자연은 언제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이제는 인류에게 재앙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제는 개발 논리에서 한 걸음 비켜서 환경 친화적인 정책으로 자연을 바라보아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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