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해 들어 질 좋은 폐지가 크게 늘어나 수익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마냥 즐거워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질 좋은 폐지라는 것이 바로 이력서이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은 곧 실업이라고 하는 세상이다. 일부에서는 IMF때보다 더한 실업률이라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때만 할까’라고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정하다.

현재 각 언론사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대졸 실업자 12만 명과 대학 4학년(졸업예정자) 28만 명이 6만 개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실업률이 3%라고 발표하고 있다. 그리 높은 실업률로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 실업률은 1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졸업을 한 우리대학 모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서를 20군데도 넘게 넣었는데, 연락이 온 곳은 단 한 곳이었다”라고 한다. 그런데 이나마도 감지덕지해야 한다. 아예 연락이 오지 않는 학생들도 부지기수이다.

각 대기업이 인원 채용을 수시로 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채용의 문이 더욱 좁아질 것 같다. 또 구조조정의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벤처기업 역시 올해 4천 여개가 부도가 났다. 이에 질세라 정부는 인턴사원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앞이 보이지 않고 숨을 쉴 수가 없다는 졸업생의 한마디가 마냥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가 무엇일까. 정부 정책 잘못, 우리나라의 왜곡된 경제구조, 원시 부족사회와 같은 우리나라 정치일까. 아니면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구조 때문인가. 무엇이 딱히 문제라고 하기 힘들어 오히려 해결책이 어려운 것은 아닐까.

일부 대학생은 이미 취업을 포기하고 노가다 판으로, 룸싸롱으로, 일용직으로 발길을 돌렸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성형수술과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때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1400억 원의 재산을 은닉하였다고 하고, 백화점의 고가품들은 끊임없는 주문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단어가 이미 생활이 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취업을 하지 못해 술집으로 가지만 다른 쪽에서는 돈이 남아 돌아 술을 마시러 가는 사회.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