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잔디밭이 많다. 때로는 학생들의 쉼터로 때로는 놀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잔디밭에 앉아 쉬기를 즐겨하는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고등학교 때 드라마에 나오는 대학 하면 떠오르는 것은 남녀학생들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그 학생은 꼭 대학에 들어오면 잔디밭에서 여학생들과 어울려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공강 시간이면 잔디밭에 앉아 있기를 즐긴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 잔디밭에 학생들이 있는 광경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날이 쌀쌀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얼마 전에 아직 스팀이 들어오지 않아 회의하기에는 추운 강의실에서 나와 햇볕이 잘 들어 따뜻한 잔디밭에 모여 앉아서 회의를 시작한 적이 있다. 회의를 시작한 지 채 10분도 안되어 경비 아저씨가 나오셔서 잔디밭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나오라고 하셨다. 회의 금방 마치고 나갈 것이라고 하였으나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서 라며 빨리 나가야 한다고 했다.

물론 잔디밭을 예쁘게 가꾸기 위해서는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호하는 것이 도가 지나치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들어가는 것을 막으면 능사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전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줄을 쳐둔 적이 있으나 보기에 흉하기만 할 뿐 효과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잔디밭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만 하는 학교측의 태도를 보면 관상용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 정말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잔디밭이 단지 관상용으로만 쓰인다면 너무나 아깝다. 학생들의 휴식 공간이 너무나 부족한 우리 대학의 잔디밭을 활용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욕구와 학교측의 잔디 보호 노력 사이에서 어떠한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 그렇지 않는다면 학교측의 노력은 언제나 허사가 될 것이며 딱히 쉴 공간이 없는 우리 대학 특성상 학생들은 잔디밭을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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