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교육과정, 그 허와 실

정부는 1995년 5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하여 능동적,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목표로 하는 소위 7차 교육과정 추진이 포함된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7차 교육과정은 건전한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기초·기본 교육의 충실을 목표로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내용의, 학생의 능력, 적성, 진로에 적합한 학습자 중심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과 선택 중심 교육과정 체제 도입, 수준별 교육과정 도입, 교육 내용·방법의 다양화,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관한 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성 확대, 교육과정 평가 체제 확립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7차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교원단체는 현재까지 7차 교육과정의 수정 내지는 유보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7차 교육과정의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건전한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기초·기본 교육의 충실을 목표로 하고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내용의, 학생의 능력, 적성, 진로에 적합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7차 교육과정의 취지는 백번 옳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목표가 지금의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가다.

7차 교육과정을 비판하며 유보 내지는 수정을 요구하는 교원단체들은 ‘현실적 여건이 미비하여 제대로 정착하기 힘들다는 점, 교사의 노동강도의 강화와 노동유연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 그리고 사교육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과 7차 교육과정이 신자유주의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과 고등학교의 선택형 교육과정이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 점을 살펴보면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의 본래 목표는 학생의 학습 능력, 적성 등 개인차를 최대한 고려하여 심도 있는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단계형, 심화·보충형, 과목선택형 등으로 나누어 학생이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은 우열반의 형태가 될 것은 뻔한 일이고, 이것이 학습성취 수준 혹은 학습진도를 고려한 교육과정이라고 할 때, 이러한 교육과정은 우리의 현실에서 필연적으로 사교육의 수요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력중심의 사고가 고착화되어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학업성취도의 향상이라는 목적 때문에 학생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피해를 안겨주고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여 사교육에 의존하게 할 경우 공교육을 더욱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 또한 일반선택 26과목, 심화선택 53과목을 2003년에는 고등학교 2학년, 2004년에는 3학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나 문제는 앞으로 남은 2년 동안에 이를 내실있게 운영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그리고 선택형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심화선택과목이 112단위이고 일반선택과목은 24단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결국 기존 교과목을 분철하여 심화한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기에 미흡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을 50%까지 확대한다는 이 안은 우리 교육체제의 획기적인 변화를 전제로 한 것으로, 다양한 적성과 흥미에 따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부족하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이것을 학교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이 미비하여 여건에 맞추어서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하더라도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7차 교육과정은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중요한 교육 현안 중에 하나다. 하지만 하루빨리 정부와 교원단체를 비롯한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바로잡아 이 문제와 관련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학교를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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