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행사인 2002년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우리 나라가 음식 문제로 때아닌 홍역을 앓고 있다. 일명 개고기 논쟁이 그것인데, 이러한 문제는 비단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88년 올림픽을 앞두고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상이한 대처방식은 우리 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정치·문화적 척도를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모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프랑스의 한 동물애호가와 진행자와의 설전에서 극명하게 보여주듯이, 서구의 몇몇 국가나 단체는 아직도 동양의 특수한 식문화를 야만 상태로 보고 있으며, 더욱이 인종차별적인 측면까지 보여주고 있다.

여하튼 이번 개고기 식용에 관한 몇몇 서구의 인식은 문화 패권주의적 관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상이며, 제국주의적 사고의 또 다른 발상일 뿐이다. 동물애호가인 그가 동물 학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지만 해당 국민 모두를 싸잡아 개고기를 식용하며, 동물을 학대하는 국민으로 인식한 것은 편협한 사고의 편린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들 중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있으며, 개를 애완용으로 기르며 동물애호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도 문화적 상대주의를 너무 극단적으로 인식하여 감정적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이 점 또한 경계해야 할 사항 중에 하나이다.

국내 동물애호가들의 의견 또한 귀기울여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근본적으로 개고기 식용이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음식 문화의 다양성으로 우리 나라 고유의 식풍습으로 쉽게 근절될 수 없는 부분이라면 식용 개의 도살에 관한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개의 도살 및 유통과정은 그 식용에 있어서도 문제의 소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분명 우리 스스로 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성숙도, 즉 현재 대외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88년 올림픽 당시 서울 시내의 모든 개고기 식당을 폐쇄조치 할만큼의 사실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그 성숙도를 판단할 수 있다.

무언가 무서워 쉬쉬 하는 것보다는 당당히 맞서서 이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계기로 우리 내부적으로 문화의 정체성과 그 성숙도를 심도있게 고려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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