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의 주제는 ‘혼돈’이었다. 과연 이 주제를 얼마만큼 잘 표현했는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우리 배우들과 연출을 비롯한 스텝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과정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향해 전진하고, 그에 따른 성취감을 얻는 과정은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인 듯 싶다.

2달 여의 연습기간동안 나 스스로도 큰 성취감을 느꼈을 뿐더러 공연을 본 모든 이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었던 것에 우리 연극반 식구들은 큰 만족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연극과 이번 공연을 통해 과연 내가 무슨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 본다. 힘들었다는 생각이 많이 나는 공연이었다. 군대 가기 전에도 2번의 공연을 해봤지만 이번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연극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다지도 힘들 줄은 몰랐다. 힘든 상황에서 올린 공연이라서 더 애착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세상은 연극을 한다는 사람을 무슨 이상한 사람 마냥 판단하게 만들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나로서는 어처구니 없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생활전선에서 살기 위해 이처럼 치열한 취업 전쟁이 판치는 세상에 있을 법도 한 일이다. 하지만 삶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면 아직 다시 생각할 여지는 남아있다. 좀 더 풍족한 삶을 위해, 아니면 다른 경험을 통한 자기 계발적인 측면에서 아직 연극이 나아갈 방향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공연을 통해 새내기들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내 생각엔 보다 더 다른 각도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다는 느낌’, 내가 4년 전에 이곳에 들어와서 느꼈던 이런 느낌만 한 번 느껴본다면 연극에 대한 편견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누구라도 연극반에 들어와서 내가 느꼈던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아직 세상이 그리 삭막하진 않다고 느낄 것이다. 이런 생각들 때문일까? 사람이 없어서 애를 많이 쓴 연극반 식구들에게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

홍단기 (토목공학 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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