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史觀)은 역사를 바라보는 견해이다. 같은 역사적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서술하는 역사가의 사관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역사 관련 서적을 접할 때에는 그것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그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이유로 그 해석까지도 거름이 없이 그대로 수용하기 쉽다. 그러므로 사학자의 첫째 조건은 자신의 해석에 책임질 수 있는 올바른 사관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역사 관련 서적이 있지만은 저술자의 해석이 최대한 타당하고 보편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역사교과서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계적인 역사 교육을 받을 때 처음으로 접하는 자료가 교과서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사관을 가지게 된다. 역사 교육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역사교과서는 국민적 사관을 세우게 되는 매우 중요한 사서(史書)가 된다.

최근 일본이 극우단체인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출판한 역사교과서를 중학교 8종 교과서 중 하나로 채택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교과서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해석을 곳곳에 담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아직 생존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가장 큰 전쟁범죄라 할 수 있는 종군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왜곡된 역사 교과서에 대해 일본의 역사 교사를 비롯한 각계 학자들의 비판의 목소리 또한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문부성 공인의 교과서로 만들려는 움직임에는 현재 일본 보수 정치계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자신의 역사를 자신들의 사관대로 서술하겠다면 그것은 우리가 관여할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관련된 부분이라면 그것은 일본의 역사이기 이전에 피해자인 우리나라의 역사이기도 할 것이다. 왜곡된 역사교육을 받고 자란 일본의 다음 세대가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또 다른 식민사관을 만들어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일이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 등의 침략전쟁 이후에도 어떠한 국가적 차원의 사과나 시인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타국뿐만이 아니라 자국에서도 역사왜곡 시비가 잇따르고 있는 극우단체의 교과서를 문부성 공인 교과서로 만들려고 한다.

이것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철저한 책임규명과 청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혹은 어떤 기념일마다 시민·사회단체가 집회나 시위 등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는 얼마 안 가서는 시들해져 버리는 행동들은 이제 더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 민간차원만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이면서도 철저한, 이제는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써 그들의 전범에 대한 청산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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