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와서 꽤 오랫동안 방황했다.중· 고등학교 때 길들여진 타성이, 대학이란 공간의 자유 아닌 자유로움으로 고삐가 풀렸다고나 할까. 유일한 활력소였던 책읽기마저 일상의 저편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청문회란 동아리를 들게 되었다.

1학기 동안 난 공부, 친구, 연애, 그 어느 것도 붙잡지 못했고 습관처럼 학교 문턱을 드나들고 있었다. 문학동아리에 들어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왠지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뒤늦게 가입하고 난 뒤로 정말 오랜만에 진지하게 웃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곤 때가 되면 밥을 먹는 것처럼 청문회를 찾게 되었다.

난 원래 `나’란 사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익숙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난 그것이 어떤 갈증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있어 문학이 그걸 해소했다.

문학은 내 치졸한 생각들의 거름 장치일뿐 아니라 분출구이기도 했다. 물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 생각들에 안타까워 할 때도 있었고, 그저 기분을 달래기 위한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생한 적도 있지만, 선배님들의 따뜻한 충고 덕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청문회에 들어온지도 벌써 햇수로 3년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나를 알게 되었고, 동아리라는 모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문학 이전에 삶이 있었고, 또 그 삶 위에 청문회도 서 있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청문회에 오래도록 남고 싶은 것이 내 소박한 바램이다.

송수영(건축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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