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 부평 대우자동차 농성 현장을 가다

“제 소원은요, 아빠가 잘돼서 부자되는 거예요.” 부평 백운공원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나온 정애리양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지난 7일 백운공원에서 대우자동차의 노조 가족들은 정상 조업 재개 저지를 위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정리 해고된 직원의 아내라 밝힌 한 아주머니는 세 아이와 함께 연좌농성에 참여하였다.

제일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인 애리이다. 애리말고도 6살짜리 딸과 4살짜리 아들이 함께 있었다. 평일이었음에도 애리는 등교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친구들도 좋지만 아빠가 더 좋아서요. 아빠가 회사에 나갔으면 좋겠어요.” 그곳엔 애리말고도 책가방을 메고 있는 애리 또래의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다들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자신들의 아버지가 회사에 나가길 바라며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지난 7일 부평의 아침은 여느 곳과는 달랐다. 시내 곳곳에 전경이 배치돼 마치 계엄령이 선포된 듯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인천 시내에는 78개 중대 9000여명의 전경들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역은 물론이고 시내 곳곳 사람이 모일만한 장소에는 모두 전경이 배치되었다. 대우자동차 공장의 정문과 후문은 이미 전경들이 원천봉쇄한 상태였다.

기자도 정문 근처의 대우아파트 단지에서 상황을 관찰하다 사복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받을 정도로 경계가 삼엄했다. 공장 진입투쟁의 예정된 시간이 지났음에도 노조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기자들은 공장 안의 노조 사무실이 봉쇄된 이후 대우자동차 노조의 거점이 된 산곡 성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성당에도 노조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택시 기사의 말에 따르면 이른 새벽에 노조원과 가족들은 출근 저지 투쟁을 위해 백운공원으로 나갔다고 한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하고 공원으로 가는 도중엔 이미 도로가 봉쇄되어 뛰어가야만 했다. 백운공원 근처에는 이미 1천여명의 전경이 배치돼 노조원들은 고립되어 있었다. 공원 안에서 노조원들은 정리해고 당하지 않은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출근 버스 앞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노조원들은 차례차례 연행되면서도 일상사인양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공원에서 연좌농성을 하던 한 아주머니는 분노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딸을 전경들이 밟았기 때문이다. 고작 6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 아이는 놀랐는지 전경들이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울음을 터트렸다. “TV에서는 좋은 경찰, 친절한 경찰이라 떠들면서 아무 죄 없는 아이마저 짓밟는 경찰들에게 환멸을 느낀다. 이럴거면 차라리 광고도 하지 마라” 아주머니는 목이 쉰 상태에서도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전경들에게 소리쳤다.

남자 노조원들이 대부분 연행되자 여경관들이 투입되어, 노조원의 가족들을 차례차례 연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주머니들은 아이들과 떨어져야만 했다. 여경관들은 업은 아이들조차 빼앗아 아주머니들을 연행하였다. 놀란 아주머니 한명은 실신까지 했다. 아주머니의 말대로 광고에서 미소지어 주던 여경관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 대우자동차 공동투쟁본부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저녁때의 상황이 다음과 같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이날 저녁 전원 연행을 목적으로 한 전경들의 저지에 분노한 3000여 조합원들은 인천교대에 모여 대우자동차 공장으로 진입하고자 이를 가로막는 전경들과 투석전,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노조원들에게 헬기까지 동원해 저공비행하며 “해산하지 않으면 다 체포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인천교대에서의 1차 투쟁을 마치고 부평역으로 옮겨 집회를 가진 노조원들은 다시 플랫폼까지 진입하는 경찰에 맞서 투석전을 전개하는 과정에 노조원들이 플랫폼에서 선로로 떨어져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노조원들은 선로까지 내려와 토끼몰이식으로 밀어붙이는 전경들과 싸우며 부개역으로 이동한 후에 이후 투쟁을 결의하며 해산하였다. 이들의 모습을 많은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일간지에 이러한 모습들이 기사화되지 않은 것이 의아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며칠 전에는 전경차도 한 대 전소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건도 기사화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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