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말고사 볼 때쯤에 정말 친했던 친구랑 크게 싸웠던 적이 있다. 그 싸움의 시작은 “이따위 3류 매거진”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내 대학생활의 대부분을 투자(?)한 영자신문사, 그리고 그 영자신문사에서 발행하는 매거진을 3류로 평가하다니. 마치 내 대학생활을 3류로 평가받는 기분이었다. 그 당시에는 어찌나 억울하던지.

수습으로 뽑히고 나서 며칠 안 되어 인문학관 4층에 있던 영자신문사를 지금의 언무관 2층으로 옮겼던 일부터 시작해서, 아침 8시에 나와서 영어 스터디 하던 일, 기사 취재를 위해서 학내는 물론 학외까지 돌아다녔던 일, 짧은 영어실력을 한탄하며 한문장 한문장 정성껏 영작했던 일, 수업까지 빠지면서 했던 조판, 방학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여 했던 스터디, 이 모든 일이 그림처럼 지나갔다. 이 정도면 열심히 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났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오면 영자신문사부터 들르고, 열심히 매거진을 만들고, 스터디 하고, 영자신문사 식구들과 더불어 웃고 때로는 고민한다. 그러나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편집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고, 이제 이 곳을 떠나야 할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이것뿐이라면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 여느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겠지만, 영자신문사 생활 5학기째라서 얻은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프로정신”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동아리가 아닌 학교 부속 언론사라는 것은 그저 열심히 하고 즐기는 아마추어로 끝이 나서는 부족했다. 기사에 책임질 줄 아는 자세, 그것이 필요했다. 영자신문사 기자는 매거진 만드는 일을 즐기고 열심히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만의 만족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1류 매거진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늘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1년 전과 지금의 The UOS Times. 글쎄, 그 친구가 지금은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 여전히 3류 매거진일까, 아님 조금은 상승한 2류 매거진이 되었을까? 시대인들은 우리 매거진을 어떻게 평가할까? 비록 나쁜 평가를 받더라도, 1년 전처럼 단지 내 노력만큼 인정받지 못한다고 억울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나은 1류 매거진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멋진 프로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내 대학생활에 있어서 영자신문사는 여전히 대부분이다. 여러가지를 배웠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들을 만난 곳이니까.

양지현(도시사회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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