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가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열리게 되었다. 이 회의는 세계 여러 곳의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국가 정상, 외무장관, NGO 등이 모여 회의를 하는 뜻깊은 자리이다.

그런데 이 자리의 폐막선언문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회의 도중 퇴장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폐막선언문의 요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과 아랍에서 행하고 있는 인종차별을 철폐할 것과 인종적 우월성에 기초한 시오니즘(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 유대민족주의 운동, 인종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함)에 대한 우려표명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선언문을 한편의 ‘희극(comedy)’이라고 하면서 퇴장했다.

과연 이것이 희극인가. 현재 이 시간에도 많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이 이기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등에 업고 수많은 반대여론을 묵살하며 안하무인식의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수많은 팔레스타인 지도자와 어린아이들이 죽어갔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장소는 폴란드 오수비엥칭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곳에서 수많은 유태인들이 죽어갔다. 살해당한 이유는 독일민족이 가장 우수하다는 ‘나치즘(인종적, 생물학적 특징에 상당한 주안점을 두면서 오직 타 인종이나 국가와의 투쟁을 통해서만 위대한 독일제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광신적 애국주의, 극우주의에 기초한 사상)’ 때문에.
적어도 현재 이스라엘과 당시 히틀러의 생각은 같아 보인다.

“우리는 선택받은 민족이다”, “우리 이외의 민족은 우리 땅에서 살 수 없다”라는 생각, 다만 히틀러가 독가스와 굶주림으로 유태인을 죽였다면, 유태인은 대전차, 헬기, 탱크, 각종 중화기로 팔레스타인인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과거 유태인 다윗과 아랍인 골리앗이 싸웠다면 지금은 아랍인 다윗과 유태인 골리앗으로 인종이 바뀌어 있다. 과거 다윗의 돌에 골리앗은 죽었지만, 지금의 다윗은 골리앗의 돌이 닿지 않는 곳에서 총을 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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