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누구나 익히 들어봤을 정도로 친숙한 용어다. 나 역시 산악부에 들어오면서 백두대간에 관한 책자를 접하게 되고 선배들께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그리하여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뻗쳐내린 한반도의 등줄기를 백두대간이라 하며, 한민족의 수많은 역사의 현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한반도 등줄기를 한 번 밟아보고 싶은 막연한 동경심이 일어났다.

이런 생각이 48박 49일 동안 백두대간 일시종주를 계획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출발 직전까지는 걱정이 앞섰다. 준비가 소홀했고 1학년인 나는 경험이 없어서 체력과 정신적인 면에서 큰 문제가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스런 마음을 앞에 두고 7월 9일 지리산으로 출발했다. 나의 무모한 도전은 시작된 것이다.

하루의 일과는 항상 같다. 걷고, 또 걷고, 걷는 일뿐. 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어려움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에도 수십 번 산길을 오르고 내리고 할려니 몸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또 발가락은 산행 내내 물집이 생겼다 터졌다를 반복하면서 생발앓이를 했다.

깊은 산 속에서의 고독과 그리움들 또한 나를 힘들게 했다. 산의 날씨도 우리를 참 많이 괴롭혔다. 비오는 날은 길이 미끄러워 운행속도에 차질이 생겨 밤늦게까지 걸어야했다. 또한 젖은 옷 때문에 허벅지와 등이 쓸려서 걷는 것 자체가 무리일 때도 있었다. 맑은 날은 폭염으로 인해 온몸이 땀으로 절고, 강한 햇볕은 사람을 탈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간이 항상 우리에게 고난만을 주지는 않았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경치는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리산은 가도가도 끝없을 것만 같은 장대함을, 덕유산은 그 이름처럼 무한한 너그러움을, 제2의 금강이라는 속리산은 빼어난 경관을 선물했다. 또 소백산의 높고 긴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초원과 탁 트인 시야는 나를 매료시켰다. 설악산 역시 온갖 희귀한 기암괴석과 일몰, 일출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사실상 무모한 도전이었던 산행은 힘들었지만 한편으로 참 보람되었다. 모두들 힘든 일이 처음이었을 테지만 힘든 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커진 걸 느낀다. 고독과 그리움을 극복하고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이겨내면서 인간한계에 도전했던 이 산행은 나를 몇 단계 성숙시킨 것 같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