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악적인 SOFA 개정을 진단한다

지난달 22일,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으로 기소된 미 군속 맥팔랜드에게 서울지법이 공소장을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미군측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더욱이 미군은 환경범죄를 일으킨 맥팔랜드를 가벼운 징계처분만을 내린 채 소장으로 승진시키기까지 해서 무리를 빚고 있다.

당초 한강의 독극물 방류를 폭로했던 녹색연합측은 성명을 내고 “맥팔랜드를 공개수배하고 미국 환경단체 등과 함께 공동 규탄활동을 전개할 것이며 불평등한 SOFA협정 재개정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다시금 미군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1992년도 정기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199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미군범죄는 총 7백33건에 달했다. 여기에 주한미군 병력이 3만7천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주한미군 50명 가운데 1명이 범죄를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미미한 범죄는 접수되지 않았을 것을 가정한다면, 실제 미군범죄의 발발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범죄의 양상 또한 살인, 성폭행, 마약사범 등의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사기, 교통사고 뺑소니, 상해, 절도, 가짜 신분증 제공, 관세법 위반, 세금 체납, 공공요금 특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

이는 미군범죄가 한국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군범죄에 대해서 한국의 재판권 행사율은 3%를 넘지 못하고 있다.(1998년 3.9%) 즉,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미군범죄에 대해 한국 정부는 거의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한미행정협정(SOFA)이 미군측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불평등 조약이라는 점에 그 원인이 있다. 지난해 4월 SOFA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재판권 행사 제한(제22조), 미군기지와 시설의 무상 사용(제5조), 미군범죄 피해자의 배상 신청과 관련된 민사청구권 제한(제23조), 한국인 노무자의 노동권 제약(제17조) 등이 여전히 존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제기된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과 관련하여 SOFA 조항의 적용 내용을 살펴보면, 미군은 제22조 3항에 의거 미군의 공무집행 중 발생한 범죄인 경우 1차 재판권은 미군에 있음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고, 제4조에 의거하여 미군기지 반환시 원상태로 회복해야 할 의무를 미군이 지지않고 있기 때문에 한강 독극물 방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배상 또한 제5조에 의거 현실적으로 요원하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이 맺어질 수밖에 없었는가? 현 한미행정협정(SOFA)의 기원은 과거 1948년 8월 24일에 맺은 <과도기에 시행될 잠정적 군사안녕에 관한 행정협정>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행정협정은 1949년 미군의 철수로 종료되었지만, 6.25가 발발하고 미군이 참전하면서 그해 7월 12일 <주한미군 군대의 형사재판권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국간의 협정>이 체결되었고, 이후 1953년 10월 1일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이 한국에 계속 주둔하게 되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국내외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체결한 조약이었기 때문에 미군의 특권을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체결된 것이었다. 이것이 1967년 <한미행정협정>으로, 그리고 1991년 1차 개정, 2001년 2차 개정을 거쳐 지금의 한미행정협정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유독 미군범죄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없다면 이또한 잘못이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한 국가의 국민이나 군인이 다른 국가의 국민이나 군인 위에 군림하는 경우는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가 패전한 국가를 상대로 저지르는 만행의 모습에서나, 또한 과거 제국주의의 잘못된 행태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새천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 한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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