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들은 사전에도 없는 말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말이 복지부동이다. 이 말에 대해 언젠가 나의 절친한 친구는 “93년 2월 김영삼 정권출범 이후 새로운 사회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사정바람이 불자 책임질 일을 회피하거나 사소한 일조차 꺼리며 일손을 놓고 있는 공무원 사회의 행태를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라고 장황한 설명을 해 준 적이 있다.

이 말이 요즘 들어 나의 귓속을 맴돌고 있다. 어떤 곳이든 취재를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이 말을 꼭 나에게 들려주곤 한다. 학내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에 대해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복지부동이 무엇이기에.

복지부동(伏地不動), 한자를 풀이해 보자면 복(伏)은 낯선 사람(人)을 보고 개(犬)가 덤벼들기 위해 잔뜩 몸을 「엎드리고」 있다는 뜻이다. 지(地)는 흙(土)과 뱀의 모습(也)의 결합이다. 뱀이 기어가는 모습은 제멋대로다. 여기서 也는「자유분방」「제멋대로」의 뜻도 가지게 됐다. 한편 불(不)은 「아니다」는 뜻이며, 동(動)은 중(重)과 역(力),곧 각종 무기를 동원해 일으키는 「전쟁」을 뜻했다.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군사와 말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었으므로 후에 동은 「움직이다」는 뜻을 가지게 됐다.

따라서 복지부동은 「땅에 납작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가 땅에 엎드리는 목적은 도둑이나 낯선 사람에게 달려들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몸만 잔뜩 움츠리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개로서의 본디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개구리가 몸을 웅크리는 것도 멀리 뛰기 위해서다.

그러나 요즘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듣고 있는 복지부동의 뜻은 이것이 아닌가 보다. 그들의 말이 다 사실이라면 많은 이들이 몸만 잔뜩 움츠리고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는 개처럼 낯선 이에게 위협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요, 개구리처럼 몸을 웅크리고 멀리 뛰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몸만 잔뜩 움츠리고 있다.

지금 학내에는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나를 포함한) 그동안 너무나도 오랫동안 땅에 배를 맞대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그만 하늘을 향해 일어서는 것을 한번 고민해보는 것은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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