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시위 이후로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해 4월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개최를 저지하고자 모인 세계 각국의 NGO들은 인터넷 상의 ‘a16’을 잊지 못한다. ‘a16’은 시위 날짜인 4월(April) 16일을 뜻한다.

워싱턴 시위를 위해 개설한 사이트‘www.a16.org’는 시위대가 한곳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공개적인 작전명령서였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NGO들이 함께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단 워싱턴 시위뿐만 아니라 시애틀과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저지시위 때에도 ‘N30’, ‘S26’의 홈페이지들이 개설되었다. 이러한 홈페이지들을 통해 NGO는 활발한 선전 활동을 벌어졌으며 시내 시위상황이 속보로 전 세계에 알렸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대항하는 NGO들의 움직임이 점점 더 조직화되고 있다. 시애틀에서는 4만여 명이 가두시위를 벌여 뉴라운드를 저지시켰다. 프라하에서는 10년 전 공산주의를 종식시킨 시위이래 최대 규모의 IMF 반대 시위가 벌어져 총회 일정을 단축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물론이며, 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인터네셔널 뉴스’를 발간하며 NGO간의 국제 연대에 앞장서고 있는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의 최전승민씨는 시위가 거듭될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어 가는 것을 NGO 연대활동 최대 성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시민의식의 성장은 세계기구뿐만 아니라 각 국 정부에서도 이들 NGO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더욱이 제 3세계의 시민들도 NGO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NGO는 세계화가 빈익빈 부익부를 낳고 자원을 남용하며 지역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전지구적으로 획일적인 경제와 사회체제를 가져오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려에 그치지 않고 NGO 세력이 힘을 모음에 따라 세계화를 주도하는 국제기구와 기업들도 이들과의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수십 명의 NGO 관련자들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으며, IMF도 이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빈곤감축과 성장을 연구하는 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기업이라는 이유로 반세계화시위대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기업 차원에서 ‘공정한 무역’을 외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NGO들은 그들의 힘을 인정받는데 성공하였으며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데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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