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주(국사학과) 교수

올해는 일연선사가 태어난 지 8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여 ‘일연·삼국유사 대제전’ 등의 행사가 마련되어 있고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삼국유사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익주 국사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일연선사의 삼국유사(三國遺事)는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빠진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즉 공식적이고 체계적으로 쓰여진 삼국사기와는 달리 삼국유사는 비공식적으로 민간에서 전승되어 온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삼국사기를 먼저 읽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삼국유사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그 시대의 민간 이야기를 담은 책이 삼국유사밖에 없다. 또 이것이 역사학, 인류학 등 다른 학문들과 결합하여 그 내용이 학문적으로 재해석 될 가능성이 높아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일연선사는 들은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을 구분해서 적어놓아 책의 객관성을 살렸다. 이런 점이 일연선사가 역사가로서의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반면 삼국유사의 한계점 역시 지적되고 있다.

일연선사는 한 ‘개인’으로서 고려의 전 국토를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거처가 있던 곳(경상도)을 주로 답사했다. 이에 신라의 역사가 고구려나 백제의 역사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일연선사의 신분이 역사가이기 전에 ‘승려’였기 때문에 불교와 관련된 내용이 더 많다는 점 역시 삼국유사를 읽을 때 고려되어야 할 부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흔히 삼국유사는 단군신화와 관련하여 민족주의 사학과 연관되어 설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익주 교수는 “19세기 이후 등장한 민족주의 사상과 삼국유사를 연결시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몽고에 대하여 항쟁하던 고려는 국가유지를 위한 정당성 확보로서의 역사서술이 필요했던 것이지, 이것이 곧 민족주의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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