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책 한권 - 박태원, 『천변풍경』, 문학과 지성사, 2005

이 소설은 1930년대 청계천 주변 중하류 층의 도시 생활의 풍속과 습관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일정한 줄거리 없이 이발소 소년 재봉이의 엿보기식 세상 탐색과 카메라아이를 통한 도시 생활상의 편린들을 조합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천변풍경』에서 천변이라는 공간은 자본주의적 근대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도상에 있는 공간으로서 근대적 요소와 전근대적 요소가 뒤섞여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각기 다른 사연들을 가지고서 상경하여, 서울이라는 도시에 적응하게 되는 곳 또한 청계천 근처였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점룡이네, 이쁜이네, 그리고 만돌이네와 금순이네 등으로 대변되는 가난한 서민층과 한약방 주인, 민 주사, 종로은방 주인 등 재력을 지닌 중산층, 그리고 광교 아래에 기거하는 초극빈층인 거지들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구분되는 세 부류는 서로 부대끼며 함께 공존하였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은 물리적 공간조차도 점차 자본의 논리에 의해 계층이 구분되어 가고 있는데, 1930년대의 천변에서는 적어도 물리적 공간의 분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1930년대의 청계천변은 주변의 모든 거주자들의 삶의 공간, 그 자체였다. 동네의 아낙네들에게 유용한 빨래터이자, 커뮤니티의 장소였으며, 아이들에게는 개천 바닥이 말라있을 때는 공터로서, 물이 흐르고 있을 때는 멱 감는 장소로 더할 수 없이 좋은 놀이터였다.

1930년대에도 현재도, 청계천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단순한 하천이 아니다. 1930년대에는 거주를 중심으로 한 도시민들의 삶의 공간이었으며, 2006년 현재는 서울 시민에게 도심 속에서 녹색의 쉼터를 제공해 주는 생태 공원 및 문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희선(건축학부 석사과정)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