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도 하나의 창작 활동이니까요. 내 머리 속에 있는 복잡·다양한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만화를 왜 그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림누리’ 회원들의 대답이었다. ‘그림누리’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우리대학의 중앙만화동아리. 동아리 방 한 켠에 가득 꽂혀있는 만화책과 책상 위에 널려 있는 펜과 잉크들은 이곳이 ‘진짜 만화동아리’임을 알려줬다.

동아리 방에 도착했을 때, 그림 연습을 하거나 한쪽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는 동아리 회원들 몇 명이 기자의 눈에 띄었다. 고등학생 때에만 해도 학생이 만화책을 보는 것을 그다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곳은 만화동아리인 만큼 여유롭게 만화책을 보고 있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동아리 방에 넘쳐흐르는 편안한 분위기가 부럽기만 했다.

‘그림누리’는 각종 대회에 나가서 수상하는 것을 중점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다른 동아리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 아이템 구성, 콘티 작업 등을 하면서 한계를 느낄 때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이다.

‘그림누리’ 회장 최후라(도시사회 05)씨는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마감시간에 쫓기는 제약이 없어서 좋다. 우리가 그리는 만화는 그야말로 취미생활”이라며 “시간에 쫓기면 작가의 창작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학 동아리는 그런 점에서 더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창조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과목에 유난히 취약했던 기자에게 만화는 그저 보고 즐기는 것이었다. 때문에 직접 만화를 그리기 위해 모인 ‘그림누리’ 회원들이 기자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회원들 모두 그림을 잘 그릴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에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만화는 그림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용만 탄탄하다면 단조로운 그림으로도 충분히 자기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며 간단한 그림으로 우리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잘 표현한 한 회원의 작품을 보여줬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하면서 대학생활의 여유로움을 한껏 누리고 있는 ‘그림누리’ 회원들을 보며, 그들은 단순히 만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미래 역시 열심히 그려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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