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책 한권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이 책은 잘 알려져 있듯이,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 편의 성장소설이다. 처음에는 이 책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두어 차례 더 읽고 났을 때 비로소 이 책의 잘 알려진 명언들이 조금씩 이해되었고, 그 의미들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이 책에 나오는 명언들 중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 ‘아프락사스’는 성장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써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구절이다. 진정한 자아로 이르는 길에서 주인공은 종교와 아버지로 대표되는 따뜻하고 밝고 안락하며 허용된 세계와 결별하고 자신의 어두운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이 아직도 내게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은 ‘운명과 심정은 동일한 개념을 가진 두개의 이름이다’라는 말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삶의 사건들을 겪고 나서 그 과정을 천천히 돌이켜 볼 때마다, 이 문장이 떠오른다. 그 당시의 나의 마음의 상태가 지금의 나의 삶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서문에서도 말한 것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을 살아보려고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이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이 했던 것처럼, 진정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 노력함으로써 흔들리고 상처받는 삶 속에서도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수연(철학과 석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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