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재래시장에서 대학생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대형마트의 편리한 맛도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맛도 재래시장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뒤죽박죽 늘어서 있는 좌판처럼 생선냄새, 닭냄새, 고추냄새, 과일냄새가 질서없이 섞여있다.

거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라도 오면 우산쓰랴, 검은 봉지 놓치지 않으랴, 마주오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랴, 고생은 고생대로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시장’하면 연상되는 그 ‘냄새’들은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맡을 수 밖에 없는, 우리 삶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삶의 냄새이다.

따뜻한 사람냄새로 가득한 곳

경동시장에는 구성진 ‘정’의 가락이 흐르고 있다. 한 아주머니가 “고거 하나 더 넣어줘”하며 상인과 한참 실랑이를 벌인다. 결과는 아주머니의 승. 할머니가 쉴틈없이 넣어주는 상추 천원 어치에 검은 봉지가 터질 것 같다. 또 한쪽에는 시장만이 갖고 있는 활력이 넘실댄다.

“싱싱해요. 싱싱해! 고등어 들여가세요. 고등어!”하는 생선장수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가 귀 속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는 생선가게 할머니와 고추가게 할머니가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대며 웃느라 정신이 없다. 이마에 주름이 깊에 패였지만 활짝 웃는 모습은 마냥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다.

또한 경동시장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들이 대학교 4학년이라는 ‘OO축산’의 한 상인은 “시립대에서 고기 사러 많이 오는데, 아들 같은 마음에 좋은 것만 골라 준다”며 반가운 내색을 한다. 또 자식걱정, 남편걱정에 이곳에 나와 꼼꼼히 약재를 고르고 있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고3 아들을 두었다는 한 아주머니는 “우리아들 한약재 살 때는 꼭 여기만 와”하며 약재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인심과 정이 묻어나는 따뜻한 사람냄새로 가득한 시장. 이러한 시장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사는 인생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홍어 왜 안찍어! 홍어 찍어야지, 홍어 먹으면 미스코리아, 미스터코리아 될 수 있어”라고 함박웃음으로 이야기 하는 인상좋은 상인은 요새 경기가 어떻냐는 기자의 물음에 “10년 전에 비해 손님이 10분의 1로 줄었어! 다 같이 안 먹고 안 쓰기 운동 하는 것 같애”라며 금새 얼굴에 그늘이 진다.

생동감 있는 시장의 아침

모든이가 잠든 아침 5시, 상인들은 물건이 들어오면 부지런히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우리는 그 풍요로운 시장의 아침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반추할 수 있다. 그 곳에는 시장 특유의 부지런함이 있고 그 동안 잊어 버렸던 순수한 마음과 정다움이 있다.

장터는 우리 삶의 얼룩이요, 흔적이다. 그 곳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젊은 시절 우리 생활의 근간이 되는 재래 시장을 찾아 푸근한 사람 냄새와 인생의 참 맛을 느껴보자. 그 곳의 아침에서 시장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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