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로 잡은 장터이야기

장터 사진 찍으려고 장터포토클럽 만들어 세 번 사진전을 열었다. 2003년 장터전은 세종문화회관 지하 전시장에서 이루어졌고, ‘남대문 시장’ 특별전은 알파 갤러리에서 열렸는데 대단한 반응이었다. ‘2004 장터 사진전’은 큰마음 먹고 신관 제 1 전시장을 대관해서 성황리에 어제 막을 내렸다. 회원들은 일년 동안 전국의 장터를 찾아다니면서 미친 듯이 찍은 수천 장 사진 가운데서 5, 6 점씩 골라서 전시했다.

나는 이번 전시회 초청장 속에 이렇게 썼다. “장터는 극장이다. 우리는 카메라 들고 그 곳 좌석을 예약한다.” 이 말은 1933년 파리 벼룩시장 사진을 찍고 데뷔한 로베르 도아노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파리는 극장이다”라고 도아노는 말했다. 그런데 장터는 정말이지 극장이었다. 생각해 보자. 진정 극장이란 무엇인가. 살아있는 삶의 현장이 곧 극장이 아닌가.

세종문화회관의 무대,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등 건물 속에 있는 무대만이 극장은 아니다. 전화 부스, 카페, 공장, 학교, 시장.... 모두가 극장이다. 장터 무대에서 장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어찌 보면 모두가 살아있는 배우들인 것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진지한 인생의 드라마를 연기하며 살고 있다. 물건을 보고 사는 우리들은 관객이다. 사고파는 두 사람은 흥정을 하며 대화를 한다. 그들은 서로의 인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존재의 눈물과 웃음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한 겨울, 남대문 시장 새벽 장은 우리가 자고 있는 시간에도 법석되고 있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들은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장터도 요즘은 표정이 밝지 않다. 물건을 못 팔아 울상이 된 상인들, 짐을 나르지 못해 굶는 짐꾼들, 손님이 없는 썰렁한 음식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터는 경제의 바로미터이다. 장터는 어른들의 방송국이요 신문사이다. 장터는 노인들 만남의 장소요, 아이들 놀이방이요, 학교이다. 장터는 함께 사는 공동체, 우리들 몸이요 정신이다.

이태주 (서울시극단장, 연극평론가, 장터포토클럽 회장)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