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2004, 이레

검은 바탕 속 비행기 창틀에 담긴 파란 하늘이 인상적인 표지!

하얀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그 파란 하늘은 취리히, 런던의 것일 수 있고, 서울의 그것일 수도 있다. 하늘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목적지와도 상관없다. 어디로든지 여행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여행의 기술』은 검은 빛깔의 낯설음, 불투명함과 푸른 빛깔의 호기심, 설레는 감정들이 함께하는 묘한 매력을 보이면서 우리를 여행으로 안내한다.

알랭 드 보통이라는 여행자를 통해 비춰지는 이야기들의 매력!

이 책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며, 오로지 ‘여행자’의 감정과 생각, 시선에 충실하고 있다. 예민한 기획자인 그는 위스망드, 보들레르, 호퍼, 워즈워스, 고흐, 러스킨, 메스트로 등 호화로운 안내인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우리의 시선 속에는 그가 남긴 개인적인 묘사와 상상들로 가득한 장면들만 남아있다.

‘보통’의 글쓰기는 말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며, 여행 그 자체를 묘사를 통해 재해석한다. 그러나 해석하는 대상은 여행지의 낯선 풍경만이 아니다. 안내인이나 안내인의 해석, 익숙한 것과 일상,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재해석하고 있다. 마치 상상력의 세계로 여행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만 같다. 기발하고 새로운 이야기는 없지만, 섬세하고 예리한 묘사를 통한 재해석은 ‘여행’과 ‘일상’의 차이를 없애준다.

당신, 비행기나 기차를 타본 적이 있는지? 숨 한번 크게 쉬고 나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내게서 멀어져버리고, 나를 둘러싼 일상을 떠나는 경험을 여행이라고 생각해왔겠지만, 비행기나 기차를 타야만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여행의 기술』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색다른 여행을 경험해보자.

노수일(건축학 석사과정 4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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