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일기』, 양우조ㆍ최선화 지음 / 김현주 정리

‘독립운동가’라고 하면 일제 치하에서 잃어버린 조국의 국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위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독립운동가들 역시 지금으로부터 불과 10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 기록된 독립운동가들에게서 사람의 흔적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여기, 사람냄새가 솔솔 풍기는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도 딸아이를 기르면서 써내려간 초보 엄마·아빠의 육아일기가 그것이다. 『제시의 일기』는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양우조·최선화 부부가 1938년 7월 4일 중국 호남성 장사에서 큰딸 제시(濟始)을 얻으면서 쓰기 시작하여 광복 후인 1946년 4월 29일까지 계속된 일종의 육아일기이다.

부부는 1937년 임시정부가 절강성 항주로 이동하던 당시 백범 김구 선생의 주례로 결혼하였다. 그리고 임시정부가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을 피해 중경으로 이동하자 부부도 임시정부를 따라 함께 이동하며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한국독립당에서 주요 간부로 활동하게 된다. 부부는 제시가 커가는 모습을 기록하는 한편 당시 많은 임정요인 및 가족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부부는 큰 딸에게 ‘제시’라는 영어식 이름을 지어주면서, 비록 조국을 떠나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나중에 다 컸을 때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제몫을 다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리고 딸의 소망을 지켜주기 위해 독립운동에 헌신하면서도 안정된 가정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처럼 책 곳곳에 숨어있는 독립운동가 부부의 고뇌를 공감하는 순간, 박제된 독립운동가에게서 숨결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조은경(국사학과 석사 1학기)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