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각종 국제대회의 유치 열기로 뜨겁다. 얼마 전 대구에서 세계육상대회의 유치에 성공한 것에 이어 지난주 세계박람회 실사단이 여수를 방문했다.

지방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이러한 국제대회의 유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방 중·소도시들은 재정적 여건이 대도시들에 비해 많이 열악해 그 돌파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대회의 유치는 중앙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산업 인프라 구축 그리고 고용상승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한 번에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대회의 유치의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그늘도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 2월 11일에 일어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는 우리나라의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이 사고에서 10명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철장 속에서 불길을 피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도주를 막기 위해 수용자들의 대피는 늦어졌으며 수갑을 채운 채 치료가 이루어졌다.

이로부터 두 달 뒤 국제박람회사무국(BIE) 실사단은 금의환향을 하는 영웅들처럼 환영 속에 여수 땅을 밟았고 그 이틀 뒤, 여수참사의 부상자들은 배상금 천만원과 함께 모두 여수를 떠나야 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국익이 걸린 행사를 위해 참사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였다고 한다.

조세희씨의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영희의 가족은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 앞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될 위기에 처한다. 개발은 피할 수 없는, 합법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영희의 가족들에게서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은 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무시되는 인간의 존엄성 때문일 것이다.

힘이 없는 이주노동자들보다는 국제박람회 개최국의 결정권을 가진 실사단이 우리 입장에서는 더 환영할 만한 외국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제대회의 유치라는 명분 아래 경시되는 가치들을 보며 우리가 소설 속의 낙원동을 연상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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