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신년사

“학교발전과 국가발전, 나아가 인류의 번영이 상생의 철학으로 거듭날 때 21세기는 진정 희망의 시대로 도래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인류가 고대하던 21세기가 밝았습니다. 세기의 전환 자체가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에게 반성과 계획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시간은 지난 세기의 공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귀중한 때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 세기 동안 인류는 그 이전의 모든 시간을 총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과학적, 기술적, 경제적 진보를 이루어냈습니다. 이것이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발전과 변화를 가져다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인간 본성의 추악한 일면은 이와 같은 진보의 소중한 성과를 전쟁, 핵무기, 대량학살 등 공포의 다른 이름으로 뒤바꾸어 놓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세기를 맞이하며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숙명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미빛 미래만을 이야기하기에는 과거의 과실이 발목을 붙잡고, 절망만을 과대포장하기에는 새로 뜨는 미래의 태양이 너무 눈부십니다.

이처럼 기대와 반성의 공존은 새로운 한 시대를 맞이하는 데 들떠 있는 서울시립대학교의 구성원인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 한세기에 달하는 서울시립대학교의 역사는 그 자체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대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학 또한 시대상황과 무관하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어서, 우리 대학도 부침을 거듭한 우리 나라의 현대사와 그 운명을 같이 해 왔습니다. 때로는 민주와 정의를 부르짖는 젊은 혈기가 대학의 교정을 가득 채운 적도 있었고, 동시에 학교발전의 열망이 전농벌 구석구석에 울려 퍼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대학의 역사를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이와 같이 복잡다단했던 과거가 대학의 역사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 대학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는 작업 또한 앞서 얘기했던 반성과 기대, 혹은 절망과 희망의 공존 속에서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상이한 요소의 접합을 ‘생산적인 지양(止揚)’으로 풀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반성에만 매몰되지 않는 실험정신, 절망을 극복하는 희망의 정신으로 대학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것입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교수, 학생, 직원 3자의 유기적인 상호이해와 신뢰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학자의 지혜와 젊은이의 패기, 그리고 행정의 전문성 모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혜는 혼란을 직시하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영민함이며, 패기는 낡은 정신을 극복하면서도 새로운 사상과 상이한 환경에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일컫습니다.

더불어 전문성은 우리 시대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조직운영의 필수 가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동안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대학의 3주체가 서로의 처지와 조건을 이해하면서 학교발전의 외길로 매진할 때, 현재 시대적 전환기가 배태하는 난관은 어렵지 않게 극복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인류가 지난 세기에 깊이 매몰되었던 대립의 철학을 상생(相生)의 철학으로 바꾸어 나가자고 주창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대학발전을 염원하는 우리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눈여겨 보아야 할 새시대의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타적인 이해관계에 집착하기보다 주변세계의 유기적인 연관관계를 먼저 찾으려고 할 때 이러한 상생의 철학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체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발전과 국가발전 나아가 인류의 번영이 이러한 상생의 철학으로 거듭날 때 21세기는 진정 희망의 시대로 도래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의 구성원 여러분께 상생의 시대로 함께 나아가자고 감히 두 손을 내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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