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정책에 부쳐

이창수
(청년진보당 부대표)


최근 정부는 무조건적인 대북 정책을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것은 남북관계의 상호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박재규 통일부 장관의 발언도 있었다.

이는 남북한 합동 공연이나 남녀 농구 경기 등 남북간에 실질적인 상호 방문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기류는 비록 남북 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제협력 및 교류 차원을 넘어 상호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시사하는 징후들이다.

이를 두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밀하게 분석해 보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통일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단순히 경제적 교류에 기반한 대북 정책이 통일의 초석을 놓는 현실적인 정책인 양 유포되는 것은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통일신중론, 또는 반통일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의 근간은 이른바 ‘포용정책’이다. 이 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위해서 경제협력, 민간영역 교류의 확대를 골자로 삼고 있다. 북한을 하나의 실체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역대 정권과는 다른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북한을 통일의 한 주체라기보다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과거 정권이 북을 소멸되어야 하거나, 존재해서는 안 되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김대중 정부는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햇볕정책은 흡수통일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정책(비록 그것이 비정치적인 분야라고 해도)이라고 하는 평가는 설득력이 있다.

햇볕정책은 정확하게 말하면 대북 경제 교류정책이다. 즉 이것은 남북통일을 염두에 두고 ‘기반 다지기’라는 측면보다는 남북통일을 위해서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접근을 결여한 것이다.

주창준 주중 북한대사는 지난 5일 국가보안법과 미국 및 일본과의 군사관계 철회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남북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없음을 밝혔다. 또 북한의 올해 신년사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정치적인 주장이 빠져있다. 바로 북한의 대남 인식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즉 북한의 주요정책 지표가 주로 강성대국을 위한 농업 및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북한의 현안에 집중되어 있고, (94년부터 이루어진) 미국과의 정치적, 외교적 채널을 남한을 배제한 채로 유지되었다는 점은 주춤했던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파악될 따름이다.

바로 김대중 정권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대남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상황을 역으로 햇볕정책의 긍정적인 성과라고 평가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왜곡된다.

선거가 도래하면서 남북정상 회담이 다시 화두에 떠오르고 있다. 즉 북한을 담보로 다시 DJ식 북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대중 정부는 역대정권의 북풍조작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